안동 나무 탐방 4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수몰지에서 들어 올려 심은 나무
천연기념물 제175호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744
길안면으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다방과 음식점이 많다. 사과가 많이 나서 돈이 돌아가서 그렇다고 한다. 요즈음은 논밭에서 음식과 커피를 시켜 먹기도 한다. 기후온난화로 사과농사가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하여도 아직은 괜찮다. 다슬기국이라 쓴 식당이 여러 곳이다. 길안천에서 다슬기가 많이 잡힌다. 다슬기는 하도 잡아 씨가 마르고 있다. 메뉴에 고디탕이라 적었다. 대구에 있는 아들이 만들어온 메뉴판이란다. 이곳 지방 사람에게 통하는 암호이다.
천지와 구수를 거쳐 용계로 갔다. 예전에 용계국민학교가 있던 터가 임하댐 건설로 수몰되었다. 교정에 있던 은행나무는 들어 올려서 다시 심었다. 이것을 상식(上植)이라 한다. 1990년 11월부터 1992년 7월까지 조금씩 들어 올려 18m를 올렸다. 은행나무 주변은 인공섬을 조성하여 다리도 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를 올려 심은 사례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당시 비용이 23억 원으로 주민들 보상금보다 많았다는 후문이다.
조선 선조 때 훈련대장을 역임한 탁순창이 한양에서 내려와 살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은행나무계를 조직하였다. 은행나무 밑에서 매년 모임도 가지고 은행나무를 보호하였다고 한다. 수몰이 되어 마을 사람들은 없지만 지금도 탁 씨 후손들이 매년 와서 제사를 지내며 나무를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나무를 보호하는 것이 보호받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나무에게서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무는 높이 31m, 가슴높이 둘레는 13.7m, 직경 4.4m, 수관폭은 동서가 26.9m, 남북이 27.3m나 되는 거대한 나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였으나 다시 심는 과정에서 가지가 잘려서 줄어들었다. 이식 후 32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철제보호대에 의지하고 있다. 지지대와 당김줄로 버티는데 줄기도 상하였다. 우리가 간 날도 장비로 조정하고 있었다. 암나무라는데 주변은 열매를 볼 수 없고 깨끗하다. 700년 이상 축적한 뿌리를 복원하기란 쉽지 않다. 나무 세력은 80% 정도 회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지라 단풍 시기가 빠른 곳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달려 있을 잎이 벌써 다 떨어졌다. 그만큼 나무의 세가 약하다. 수몰로 사람들만 옮겨간 것이 아니라 나무도 이름이 있으니 이런 고난을 겪고 있다. 나무도 살다 보면 버티며 살아가야 할 때가 있다. 나무는 시련이 닥쳐도 여간해서 사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용계리 은행나무가 세를 회복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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