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에서 찾는 장면 4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 이정록 시 '의자'에서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은 거야
사진 : 향곡
'글곳간 > 명시에서 찾는 장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은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이 우주를 그냥 보라구 내 주었습니다 / 김광섭 시 '인생' (0) | 2025.01.03 |
---|---|
붉은 알은 태어나고 태어나 삼라만상 부화하였구나 / 조향미 시 '일출' (0) | 2024.12.25 |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내 혈액 속에 녹아 / 김종길 시 '성탄제' (1) | 2024.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