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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고소 적응 후 고산등반 나설 수 있다

향곡[鄕谷] 2005. 7. 17. 22:25
 월간 산 2004.12월호
[고산등반 훈련정보] 국내서 고소 적응 후 고산등반 나설 수 있다

경희대 저압·저산소 트레이닝센터 일반인에게 개방…보름이면 5,500m까지 적응

▲ 저압·저산소 트레이닝센터. 운동시설에서 간이 침대에 이르기까지 3~4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지낼 수 있는 시설이 갖춰 있다.
과연 해발 5,000m가 넘는 고지대에 올라서면 어떤 반응이 나타날까?’

고산등반은 물론, 트레킹을 앞둔 등산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감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해발 5,500m까지 적응훈련이 가능한 저압·저산소 챔버가 등산인들에게 개방됐다.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 스포츠과학연구원은 지난 해 12월 말 개장 이후 장거리 육상 선수를 대상으로 개방해오던 저압·저산소 트레이닝센터를 11월 초부터 등산인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저압·저산소 트레이닝센터의 챔버는 길이 7.4m, 폭 5.2m, 최대높이 3.4m로 2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트레드밀 5대와 자전거 7대, 산소포화도·맥파속도 측정기, 혈압·맥박측정기, 응급산소 공급장치 외에 TV, VTR, 컴퓨터와 같은 문화오락시설과 간이침대와 간이화장실까지 갖춰져 운동뿐 아니라 휴식과 취침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 모든 시설은 길면 4시간까지 이어지는 적응훈련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심박수 17.2% 떨어지고, 최대산소섭취량 3% 향상

트레이닝센터를 총괄하는 선우섭 교수(체육과학박사)는 “육상 선수들이 심폐기능을 높이기 위해 고지훈련을 하듯이, 산악인들이 해발 5,500m대의 고소에 적응하고 고산원정에 나선다면 등반도 훨씬 수월하고 업다운(up-down) 때문에 필요한 기간과 경비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저압·저산소 챔버의 효용에 대해 설명했다.

 

선우 교수는 “이미 일본과 같은 체육 선진국은 20여 년 전부터 저압·저산소 챔버를 운영해왔는데, 2001년에는 일본 국립스포츠과학센터에 침실 72개가 마련된 저산소 아파트도 지어놓았다”고 말한다. 에베레스트 초등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70세로 최고령 등정자로 기록된 일본의 미우라 유이치로(三浦雄一郞) 역시 저압·저산소 챔버에서 해발 8,000m 높이까지 적응훈련을 거친 뒤 등반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월12일 오후 스포츠센터를 방문했을 때, 챔버 안에는 마침 2005년 한양대 에베레스트 원정대 대원인 김형철씨(27·토목공학과 4학년)가 9일째 적응훈련 중이었다. 챔버 내의 기압과 산소 제어장치가 설치된 조종실 옆에 있는 잠수함 출구 같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동안 바람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챔버 안과 통로의 기압을 맞추는 과정이었다.

 

5분쯤 지나 챔버 안에 들어섰을 때, 김형철씨는 평소와 큰 차이가 없는 듯했다. 반면, 기자는 서서히 높은 고지로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10월 초 일본 북알프스의 오쿠호다카다케(3,190m)를 올랐고, 넉 달 전에는 파키스탄 히말라야의 히스파르 패스(5,150m)에 올랐기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챔버에 들어섰는데도 점차 머리가 띵해지고, 속도 불편해졌다.

 

선우 교수는 “산악인들이 일단 고산에 적응하면 6개월간은 비슷한 높이에 올라가도 고소증 때문에 고생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 인체는 아무리 높은 고도에 올라가더라도 보름쯤 지나면 혈액의 변화가 나타나고, 3주 뒤면 평지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말했다. 선우 교수의 말대로라면 고산등반 중 일단 어느 정도의 고소에 적응하면 보름 이내에 다음 높이로 올려쳐야 하는 셈이다.

 

고소에 대해 궁금해 하며 촬영하던 허재성 기자는 컨디션이 어떻게 달라지나 스스로 느껴보기 위해 트레드밀에 올라섰다. 1km쯤 달린 뒤 트레드밀에서 내려선 허 기자는 “숨은 가쁘지 않지만 머리가 띵하다”고 하더니 곧 졸음이 쏟아진다며 긴 의자에 눕고 말았다. 선우 교수는 “챔버에 오래 머문 날은 저녁때까지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자전거 앞에 설치돼 있는 인공의료 산소마스크를 입에 가져다댔다.

 

40분쯤 지나자 벽에 붙어 있는 기압계가 405mmHg로 떨어졌다. 해발 5,000m대와 비슷한 기압이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고, 다리가 조금 꼬였다. 선우 교수는 “습도 외에는 모든 조건이 5,000m와 같다”며, “이 높이면 모든 자연환경의 조건이 평지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형철씨는 이날 3시간 동안 챔버 안에서 지내다 자전거 타기를 통해 심박수 변화를 통한 추정산소섭취량을 체크했다. 최대심박수의 75%까지 운동을 끌어올리는 사이 유산소성 작업능력(PWC75%HRmax)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그 결과 적응훈련 첫날인 9일 전에 비해 월등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심박수는 적응훈련 전에 비해 평지(기압 760 mmHg·산소농도 20.93%)에서는 9.8%, 해발 5,000m(405mmHg·11.2%) 고지 테스트에서는 17.2%로 떨어졌다. 또한 5,000m 고지에서의 유산소성 작업능력은 15.6%, 최대산소섭취량(predVO2max)은 3% 향상됐다.

 

고소에 대한 불안감 해소에도 큰 역할

김형철씨는 “엿새째 적응훈련을 마친 뒤 동료 대원들과 북한산 훈련 중 동료대원들이 뒤쫓아오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를 냈다”며, “평소 17분 걸리던 도선사 주차장~하루재 구간을 11분 못미처 돌파한 것을 보면 속도능력이 1.6배쯤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원정대원 9명 중 1명 외에는 고소등반 경험이 없어 고소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그것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선우섭 교수는 “5,500m 높이의 고소에 제대로 적응하려면 운동 강도를 서서히 높여가면서 하루에 3~4시간씩 보름간의 적응기간을 갖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연구원 내에 실내인공벽과 트레이닝장도 있고, 뒷산에는 훌륭한 크로스컨트리 코스가 닦여 있어 원정에 대비해 다양하게 운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선우 교수는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여름이나 겨울 방학 때에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기숙사를 합숙소로 이용하면서 연구원과 학교 내의 모든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글 한필석 기자 www.pshan@chosun.com

/ 사진 허재성 www.heophot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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