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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산시(山詩)

김장호 시 '벼랑에 서서'

향곡[鄕谷] 2005. 7. 27. 14:53



 

 

 

 

  벼랑에 서서

                      김장호





제가 장미인 줄도 모르고
장미는 핀다.

높이에서
섬뜩한 높이에서 산은
제 이름을 모른다.

말 있음의 고마움에
잠을 설치는 시인이여,

개천 바닥을 뒤져 한 알 금싸라기를
주워내는 시인이여,

사태진 살갗으로
눈얼음을 피처럼 철철 흘리는
벼랑에 서서,

말이 부질없구나
시 또한 부질없다.

뛰어내릴 일,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버리고
깔리어
피어날 일이다.



                              북한산 숨은벽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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