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漢山
김장호
어버이를 여의고 나는
내게 지붕이 없어졌다고 느꼈다.
분가를 하고서는 더구나
내가 외톨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며 돌아보며
됨됨이를 탓하면서
골목마다 책갈피마다
아, 신열로 달아오르던 나날,
문득 머리 위에 덮여오는
지붕,
눈이라도 퍼부을 것 같은 동짓달 산그늘을
시나브로 흔들리는 우듬지의 바람으로
녹슨 숲을 헤치고 손톱밑을 헤집고
하냥 기어오른 마루턱
어쩌자고 벼랑가에 잠드는
나를 만났다.
도시 어디를 헤매다가 이제 오느냐고
그제가 눈을 비비는 나를 끌어안고
소리치는 산이 있었다.
北漢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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