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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시(詩) 산책

도연명의 '귀거래사'

향곡[鄕谷] 2005. 7. 28. 11:48

 



歸去來辭


 도연명





돌아가야지
논 밭이 묵히고 있으니 빨리 돌아가야지
마음은 스스로 몸의 부림 받았거니
혼자 근심에 슬퍼하고 있겠는가
지난 날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앞으로는 후회 하는 일 없으리라
길을 잘못 들었으나 아주 멀지는 않다
지난 시간은 후회지만 이제부터 바르리
고운 물결 흔들흔들 배를 드놓이고
바람은 가벼이 불어 옷자락을 날리네
지나는 이에게 앞길 물어 가야 하니
희미한 새벽빛에 절로 한숨이 나네
어느 덧 저 멀리 집이 바라다 보이니
기쁜 마음에 달리듯이 집으로 간다.
사내아이 종 나와 반가이 맞이하고
어린 아들 문 앞에 기다려 서 있네
세 갈래 오솔길에 잡초 우거졌어도
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남아 있네
어린 아들 손잡고 방으로 들어서니
항아리 가득히 술이 나를 반기네
술병과 술잔 끌어당겨 혼자 마시며
뜰의 나무를 지그시 보며 미소 짓는다
남쪽 창에 기대어 편하게 있노라니
작은 방이지만 안락하기 한량없다
정원은 매일 거닐어도 풍치가 있고
문은 나 있으나 늘 닫아 두고 있다.
지팡이 짚고 가다가는 쉬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 들어서 멀리 바라보네
구름은 무심히 골짝을 돌아 나오고
날다 지친 저 새 돌아올 줄을 아네
저 해도 어스름에 넘어가려 하는데
서성이며 홀로 선 소나무 쓰다듬네
돌아왔네
사귐도 어울려 놀음도 이젠 그치리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나기만 하니
다시 수레에 올라서 무엇을 구하겠는가?
친한 이웃과 기쁘게 이야기 나누고
음악과 글을 즐기며 시름을 잊으리
농부가 나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니
서쪽 밭에 나가서 일을 하여야겠네
때로는 천막을 두른 수레를 몰아서
혹은 외로운 배의 삿대를 저어서
깊고 굽이져 있는 골짝을 찾아가고
험한 산길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네
물오른 나무들은 꽃을 피우려 하고
샘물은 퐁퐁 솟아 졸졸 흘러내리네
모두가 철을 만나 신명이 났건마는
나의 삶 점점 더 저물어 감 느끼다 끝났네
세상에 몸이 다시 얼마나 머무르리
가고 머뭄을 자연에 맡기지 않고서
어디로 그리 서둘러 가려 하는가
부귀는 내가 바라던 바도 아니었고
신선 사는 땅은 기약할 수 없는 일
날씨 좋기 바라며 홀로 나아가서는
지팡이 세워두고 김 매고 북돋우네
언덕에 올라가서 길게 휘파람 불고
맑은 시냇가에 앉아 시도 지어보네
자연을 따르다 죽으면 그만인 것을
천명을 누렸거늘 더 무엇 의심하리

 

歸去來辭 /陶淵明

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 旣自以心爲形役 奚추창而獨
悲悟已往之不諫 知來者之可追 實迷塗基未遠 覺今是而

昨非舟搖搖以輕 風飄飄而吹衣 問征夫以前路 恨晨光之熹微
乃瞻衡宇 載欣在奔 僕歡迎 稚子候門 三徑就

荒 松菊猶存 携幼入室 有酒盈樽 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倚南 以寄傲 審容膝之安易 園日涉以成就 門雖

設而常關 策扶老以流憩 時矯首而游觀 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 景峠峠以將入 撫孤松而盤桓 歸去來兮

請息交以絶遊 世與我而相遺 復駕言兮焉求 悅親戚之情話
樂琴書以消憂 農人告余以春及 將有事于西疇

或命巾車 惑棹孤酒 旣窈窕以尋壑 亦崎嶇而經丘
木欣欣以向榮 泉涓涓而始流 善萬物之得時 感吾生之行休

已矣乎 寓形宇內復幾時 曷不委心任去留 胡爲乎遑遑欲何之
富貴非吾願 帝鄕不可期 懷良辰以孤往

或植杖而耘 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
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



■ 解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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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조화나 변화는 심오하고 다양할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 불가사의한 것이다. 그리고 자연은 언제나 평범하고 용이하고 명백하게 모든 현상을 우리 인간에게 보여준다. 도연명의 시가 바로 이러한 대 자연의 조화를 닮은 것이라 하겠다. 歸去來辭 서문에서「본성이 자연을 담게 마련인지라, 억지로 고칠 수가 없다.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린다 해도 본성을 어기고 벼슬 살이를 하니 모든 병이 쏟아져 나더라」라고 밝히고 있다. 이 처럼 몸과 마을을 天地自然의 변화 무상한 순리에 맡기고 자신은 無爲自然을 즐기는 인간의 모습이 귀거래사에 담긴 뜻이라 할 것이다.



도연명(365-428, 자 연명, 본명 도잠, 호 오류(五柳)선생)
동진 시인. 심양에서서 태어난 전원시인
20세 때까지는 유복한 가정이었으나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가운이 쇠퇴하여 그의 일가를 도연명이 지탱해야 했음. 그래서 관리가 되어 생계를 유지했지만 41세 되던 해 이를 사임하고 63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원생활로 일관함.
작품 [도화원기(桃花源記)], [귀거래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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