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우리도 산처럼/서울 산 107

수락산 덕능고개~석림사계곡 / 선인들 인품이 묻어나는 석림사계곡

선인들 인품이 묻어나는 석림사계곡 수락산(水落山) 덕능고개~석림사계곡 서울 노원구, 의정부시 (2010.4.18) 덕능고개-흥국사 갈림길-치마바위-하강바위-정상-홈통바위-안부-노강서원-장암역(4시간 반) 선조의 부군(府君) 덕흥대원군 묘인 덕능이 부근에 있다 하여 이름 붙인 덕능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곳곳에 진달래가 산길을 아름답게 하는 곳인데, 사격장에서 콩 볶는 소리가 들린다. 세조가 사냥하던 터였는데 예나 이제나 번잡스럽다. 수락산을 오르는 재미는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바위가 둘러선 능선을 밟으며 기묘한 바위 구경을 하고, 옛사람들 자취를 새기며 찾아보는 데에 있다. 어찌 그리 희얀한 바위가 많은지 기기묘묘한 바위를 신령님이 여기에 다 모아둔 듯하다. 정상에 서면 청학동계곡 아래 김시습이..

구름 속 원효봉 풍경

구름 속 원효봉 풍경 북한산 원효봉(509) 서울 은평구, 고양시 (2010.3.27. 흐림 0~9℃) 마을회관-시구문-원효봉-북문-중성문-중흥 사지-어영청유영지-대성문-정릉동(5시간) 산에서 구름이 넘실대는 풍경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땅과 하늘 사이 경계가 없어지며 하늘이 더 가까이 다가서고, 옅게 때론 짙게 산봉우리를 나타냈다 숨기며 절경을 만든다. 새도 구름 속에 숨어들며 제 모습 감추는 일을 즐긴다. 아름다움이란 숨겨놓고 여렴풋이 드러내는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신비 속에 잠겨있는 것이다. ※ 교통편, 산행길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 부근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704번, 34번을 타고 북한산성입구 다음 정류장인 마을회관에서 내려서 가게 오른쪽으로 난 효자원 사잇길로 들어선다. 효자원 끄트머..

북한산 삼천사계곡에서 승가사 넘는 길

북한산 삼천사계곡에서 승가사 넘는 길 북한산 승가봉 서울 은평구,종로구 (2010.2.21) 구파발역-진관근린공원-삼천사-삼천사계곡-사모바위-승가사-구기동(4시간반) 어제 짙었던 황사가 사라지고 하늘이 맑아졌다. 겨울이 다 지나지 않고 어찌 봄이 오랴마는 그래도 춘분인데 아침 날이 차다. 계곡에 찬 바람이 남아 있는데, 삼천사 마애불에 기도하는 어른은 꿈쩍도 않는다. 바램이 간절하면 소원은 꼭 이루어질 것이다. 기도는 형식이 필요없다 하였다. 묵언으로 간절히 하면 된다 하였다. 계곡을 빠져나와서 승가사로 넘어오니 볕이 달라졌다. 마애불이 버티고 있어 다행이나 요란한 불사로 절집이 볼상사나워졌다. 마애불이 선 자리에 올라가 지형을 살펴본다. 승가사 좌청룡 자리가 나부반와형(裸婦半臥形)이라 하는데, 보현봉에..

북한산 주봉을 둘러보는 산길 / 북한산 원효봉,영봉

북한산 주봉을 둘러보는 산길 북한산 원효봉(509m),영봉(604m) 경기도 고양,서울 강북구 (2010.1.30.맑음.-4~2℃) 효자비-북문-원효봉-북문-위문-백운대피소-하루재-영봉-육모정고개-우이동(6시간) 북한산 주봉인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앞 뒤로 둘러보는 산길을 잡았다. 햇볕이 비치는 곳은 눈이 다 녹았지만 북사면은 겨울 자욱이 남아있다. 북한산계곡 쪽에서 숨을 몰아쉬며 위문을 넘어서자 온 산이 겨울빛이다. 겨울 산빛이 산속에 가득하다. 겨울은 떠날 시간이 아직도 더 필요하다. 생명력이 가득한 곳이 산이지만 겨울산은 적막하다. ※ 가는 길 :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1번출구 부근에서 송추 가는 34번 이나 704번 버스를 타고, 효자비정류소에서 내려서 효자비 바로 옆 다리를 건너 개울을 ..

관악산 불꽃 암봉에 눈꽃이 가득

불꽃 암봉에 눈꽃이 가득 관악산(冠岳山 629m) 서울특별시 관악구 (2010.1.16 기온 0~-10℃) 남현동-사당능선-6거리안부-연주대-자운암능선-자운암-서울대 (4시간 20분) 올 겨울은 어느 산에 가나 눈 구경이 좋다. 관악산 불꽃 암봉에도 눈꽃이 가득하다. 예로부터 연주대에 올라 아름다운 경관도 보고 산 정기를 얻고자 이곳에 오르는 산객이 많았다. 양녕과 효녕이 충녕(세종)에게 왕위를 넘기려고 숨어들었던 곳도 이곳 연주대이다. 산 위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보며 마음을 풀었을 것이다. 날카로운 정상 암봉 못지않게 하산 길도 그리 녹록지 않다. 자운암 산허리도 8봉 명성에 뒤지지 않을세라 등허리를 곳초 세우고 발길을 잡는다. 한눈을 잠시 팔았다간 온몸을 끌어 당길 것 같은 경사다. 바위마다 멈..

여성봉 오봉, 설경산수 눈꽃 세상

설경 산수. 눈꽃 세상 여성봉,오봉(660)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서울 도봉구,강북구 (2010.1.10. 기온 -8~0℃) 송추골-여성봉-오봉-오봉샘-우이암-원통사-우이동 한일교 (5시간) 날이 좀 풀려도 눈은 쌓여 여성봉은 사람들에게 좀처럼 오름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성봉이 벼랑 건너 오봉을 바라본다. 많은 나무들이 상고대로 잔뜩 치장을 하고 유혹을 하여도, 오늘도 여성봉은 오봉을, 오봉은 여성봉만 바라본다. 둘이서 늘 그러하였듯이. 김시습이 말하길, 산에 올라 높이를 배우며, 돌에 앉아 견고함을 배우며, 소나무를 보며 곧음을 배운다 했는데 ...... 그래, 공부는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한다고 했는데. 눈 가득 내려 마음 쓸 일도 없다. 산도 나무도 하얗고 온 세상이 온통 하얗고 내 ..

북한산 원효봉 설경

원효봉 설경 북한산 원효봉(509m) 서울,고양 (2010.1.3. 최저기온 -10.2℃) 효자비-북문-원효봉-북문-중성문-중흥사터-보국문-정릉동(5시간) 기온이 차서 전날 내린 눈이 고스란히 산에 남아 있다. 설경산수가 눈 앞에 펼쳐졌다. 아름다운 풍경을 신령님이 밤새 그렸다. 산정은 강조하고, 그 아래는 생략한 묵필법으로 그렸다. 봉우리는 수묵화의 거칠고 고운 필법과 짙고 옅음을 조절하여 그렸는데, 능선은 붓을 뉘어 쓸어내리는 먹칠법으로 대담하게 쓸어내려 온 산하를 그렸다. ※ 가는 길 :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에서 34번.704번 버스를 타고 효자비에서 내린다. 북한산 염초봉과 백운대(좌) 만경대(중) 노적봉(우) / 원효봉에서 노적봉 / 원효봉에서 북한산성 주능선 방향 / 원효봉에서..

북한산 부왕사터에 남은 가을

부왕사터에 남은 가을 북한산 상원봉 서울, 고양 (2009.12.13) 산성입구-중성문-부왕사터-남장대터-청수동암문-대성문-대성능선-정릉탐방센터 (4시간반) 부왕사터에는 낙엽이 흩어져 듬성듬성 가을빛이 남아 있었다. 오래 전 태조 이성계가 백일지성을 드렸다는 전설이 있는 절인데, 폐사되어 지금은 간이천막으로 절을 꾸려 놓았다. 이 가을 산빛도 산그늘 바람이 한번 불면 금방 겨울이 될 것이다. 희미한 산길을 따라 비껴 올라서면 풍경이 좋은 남장대터이다. 산성은 눈 앞에 있고 산마루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해가 따사하다. 저무는 가을에 올라선 능선이 금방이라도 겨울이 올듯하다. 너른 바위에 앉아 한참 동안 주변 풍경을 실컷 감상하였다. ※부왕사(扶旺寺)터 : 부왕사는 북한산성 축성 시기인 조선 숙종 때 건립(..

청계산 /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청계산 (618m) 경기도 성남,의왕 (2009.8.22) 옛골-혈읍재-망경대-석기봉-이수봉-국사봉-하오고개 갈림길-원터마을 갈림길-옥박골 (5시간 15분) 계절의 변화는 산에서부터 온다. 무성하던 여름 숲이 성글어지고 바람결이 한결 선선해졌다. 숲속 매미 울음소리는 부드럽다. 며칠 사이에 제 짝을 찾아야 하는데 성급함이 없다. 풀벌레는 높은 옥타브로 길게 울어댄다. 닭의장풀은 벼슬을 곧추세우고 누리장나무는 오무렸던 봉오리를 펴며 벌나비를 찾는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자 꽃과 풀들이 바빠졌다. 짙은 초록 산빛이 조금씩 까슬해지며 그 기운이 하늘로 옮겨가고 있다. 하늘빛이 푸르러지자 멀리 있던 산들이 가까이 다가선다. 맑은 하늘에 제 얼굴들을 가까이 비치고자 하는 모양이다. 국사봉에서..

북한산 영봉 / 더워도 산은 시원하다

더워도 산은 시원하다 북한산 영봉(604) 경기도 고양,서울 강북구 (2009.8.15) 서울 24~34℃,북한산 20~30℃ 아침에 매미 우는 소리가 여유가 있는 걸 보니 매미도 지낼만한 모양이다. 날씨가 엄청 더울 때는 매미소리도 날카롭다. 발목 부상으로 한달만에 산행을 하였다. 하루재를 넘는다. 하루재는 북한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쉼터이다. 옛날에 차가 없던 시절 서울 도성에서 미아리를 거쳐 북한산을 넘어 송추로 가자면 하루 해가 다 되어 도착한다는 곳이다. 인수봉 전망터 영봉에 오르니 폭염에도 인수봉 높은 바위에 바위꾼들이 매달려 있다. 그들은 바위에 매달려 그럴 것이다. '아무리 더워 봐라 내 신명나는 일을 누가 막으랴'라고. 일은 신명이 나야 재미 있다. 등 떠밀려 하면 신도 나지 않고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