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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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호박 3

호박에 대한 단상

호박에 대한 단상 호박 정약용 호박으로 죽을 쑤어 근근이 때웠는데 어린 호박 다 따먹고 늦게 핀 꽃 지지 않아 호박 아직 안 맺으니 이 일을 어찌 하랴 詩로 보아 茶山도 호박에 대한 깊은 연민이 있었던 모양이다. 넉넉치 못한 백성에 대한 깊은 사랑의 표현일 수도 있다. 어릴 때 뒷마당 터밭과 이어진 산에 구덩이를 깊게 파고 거름 한번 넣고 호박씨를 군데군데 되는대로 심어놔도 강하고 모질어서 덤벙범벙 잘 자란다. 우리 식구에겐 호박에 대한 깊은 사연이 있다. 아버지의 월급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때가 있어서 양식 걱정이 현실로 되었다. 그래서 호박범벅이 구황책으로 우리 집 밥상에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밥상에 그리 오랜 기간을 올라온 것은 아니나 그 뒤 호박범벅을 싫어하는 동생이 생겼다. 산후 부기를 빼..

호박꽃도 예쁘답니다

호박꽃도 예쁘답니다 나무의 뜻을 가지고 있던 '받'이 '박'으로 변했는데, 함지박에서 '박'은 그릇이란 뜻이고, '뚝배기' '자배기'의 '배기'도 '박'에서 변한 그릇이란 뜻을 지닌다. 박이 풍요와 다산의 상징인데 '호박에 말뚝박기' '호박에 침주기' 왜 그리 호박을 못살게 하는지. 그래도 호박이 넝쿨째 굴러오면 입은 함지박만 할 테지. 애호박을 얇게 썰어 말리던 호박고지도 정겹고, 호박떡과 호박범벅은 생각만 해도 침이 넘어가고 출출할 때면 호박전에 막걸리 한잔도 좋다. 호박꽃이 못생겼다고요? 호박씨 까서 한입에 털어 넣듯이 그런 말 마십시오. 자세히 보십시오. 호박꽃이 정말 못생겼는지. 호박꽃 / 충북 제천 (200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