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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작물

고추 / 매운맛 그 시작

향곡[鄕谷] 2009. 12. 19. 09:59

 

 

 

고추

매운맛 그 시작

 

과명 : 가지과

개화 : 6~9월

 

 

고추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후이다. 왜국이 조선사람을 혼내주려 고추를 가져왔다는 얘기가 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잠시 멕시코인 가톨릭 수사님으로부터 영어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고추를 잘 먹길래 외국인이 매운 고추를 참 잘 먹는다고 했는데 순전히 나의 무지였다. 지봉유설에 의하면 처음에는 고추를 들여와서 주로 술집 마당에 심어 놓고 고추를 썰어 술에 넣어 매콤하게 맛을 내는데 썼다고 한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고추를 썰어 소주에 넣어 마시면서 그 생각이 났다.

 

고추는 필수 발효식품인 김치를 탄생시켰다. 고추에 매운맛은 캅사이신이라는 성분 때문이라는데, 위액 분비를 촉진하고 단백질 소화를 돕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요즈음은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를 더 하고 있다. 된장에 대고추를 넣으면 곰팡이가 슬지 않는다 하고, 감기가 들만 하면 콩나물국이나 소주에 고춧가루를 풀어 마시면 된다고 했다. 여린 고춧잎을 나물로 먹어도 맛이 있지만,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거나, 풋고추를 밀가루에 묻히고 쪄서 양념에 묻혀 먹거나, 튀겨서 먹는 고추도 매콤해서 입맛을 돋운다.  

 

 우리나라에 고추 품종이 백여 가지라는데 매운 고추로는 청양고추를 친다. 청양고추 원산이 어디냐 말이 많다. 충남 청양에서는 그 쪽 고추 중 매운 품종을 길러 그러하다 하고, 경북 청송과 영양에서는 그 쪽 품종을 청송과 영양에서 길러 청송의 청(靑) 영양의 양(陽)을 따온 것이라 하여 두 군데 모두 중앙농묘(주)를 얘기하는데, 중앙농묘 홈페이지는 후자의 것으로 실었다가 시끄러워 지웠다고 한다. 국립종자관리소의 자료에는 제주와 태국의 고추를 교배하여 청송과 영양에서 재배하여 매운고추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여하튼 지금 청양고추 주산지는 경남 밀양과 진주라 한다. 

 

 고추는 남성의 상징이기도 하여 아들을 낳으면 대문에 금줄을 치고 고추를 매달고, 매운 고추 맛은 우리 민족과 잘 어울려 크기는 작아도 당차다는 의미로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을 흔히 쓴다. '고추 당초 맵지마는 시집살이보다 더 매울까' 하는 말은 시집살이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인데,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하다. 학생 데모가 한창일 때 반정부 구호를 외치면 최루탄이 날아왔다. 그때 매운 고추보다 매운 최루가스에 눈물과 콧물을 많이 쏟았다. 겨울에 뒷밭에서 추수하고 남은 고추가지를 태울 때 보다 더 매운 내음이 코를 찔렀다.

 

 

 

 

겨드랑이에 달린 고추꽃과 고추 / 경북 안동 가일마을

 

 

 

고추 / 경북 영주 우무실

 

 

 

 고추 말리기 /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

 

 

 

고추 말리기 / 강원도 영월

 

 

 

 

된장에 넣은 대고추 / 우리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