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瓜)
까실한 덩굴손, 노란 주름 꽃
우리 동네 학교 담장에 줄기에 털이 달린 까실한 덩굴손을 내민 오이가 열렸다. 노란색 주름 꽃이 피는 모습은 박꽃과 닮은 같은 족속이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열매도 돌기가 있어 까실하지만 나이 들면서 그 성질을 죽인다. 온몸을 무장하고 여름 볕에 시달려 성질이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열을 내리는 침착한 성질을 지녔다. 송송 채를 썰어 참기름 몇 방울 띄워 냉국을 만들어 마시면 속이 다 시원하다.
한자로는 오이나 참외나 모과를 모두 과(瓜)로 쓰는데 과(瓜)를 대표하는 것은 오이이다. 익으면 모두 노란색 길쭉한 모습이 되어서일까. 그걸 보면 한자어는 천상 상형문자라는 생각이 든다. 과(瓜) 자를 분해하면 八이 두 개가 모인 것이라 파과지년(破瓜之年)이라 하여 여자 나이 16세를 가리키고, 남자 나이는 뭉쳐서 64세로 하는데, 여자는 음이어서 나누고 남자는 양이어서 곱한다는 의미일 것 같다. 오이밭은 서리 대상으로 좋았던지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리는 말이 있다. 의심받을 일은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것인데, 하지 말라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2010.7.4)
오이꽃
오이 / 201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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