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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세상 이야기

자식을 효자로 만든 일

향곡[鄕谷] 2012. 1. 9. 10:28

 



자식을 효자로 만든 일

 





 

아버지 산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한 마디씩 한다.

"산소를 어떻게 한결같이 저렇게 잘 가꿔 놓았을까. 자식들이 효자일세."

나는 일년에 두어번 산소 풀을 내리지만 모두 어머니가 하신 일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효자로 만든 것이다. 

 

어머니는 십여년 넘게 백리 길을 보름에 한번씩 가셔서 산소 풀을 내린다.

아예 앉을 의자를 만들어 놓고 퍽 주저 앉아서

풀을 하나하나 뽑아내고 머리를 다듬듯이 다듬는다.

그러니 풀이 자랄 수가 없고 잔디 키 높이는 늘 가지런하다.

 

어떤 사람은, "어머니가 아버지를 많이 사랑하신 모양입니다." 그런다.

술 많이 마신 것 빼 놓고는 아버지를 나무랄 것 없다 하셨지만,

병석에서 마지막이 될 즈음 막걸리 한잔 소원도 들어주지 않으셨는데,

모두가 아버지를 사랑하셨기 때문에 그러셨을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산소 얘기를 하면 속이 뜨끔하다.

그래서 달마다 본가에 내려가서 어머니를 뵙는다.

아내가 한 마디 거든 일도 있긴 하지만

어머니 산소 가꾸기가 자식을 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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