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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세상 이야기

강물이 흐르듯 나도야 간다

향곡[鄕谷] 2012. 7. 5. 20:59

 

 

강물이 흐르듯 나도야 간다

- 한강길 뚝방길 걸어서 1년

 

 

 

수필가 피천득은 세월이 빠르다는 표현을 새색시 시집와서 김장 서른 번만 담그면 할머니 된다고 하였다. 나야말로 아침 저녁 이 강길을 걸어서 출퇴근하니, 한 달이 가고 쌓여 1년이 후딱 지나갔다. 여름날 뙤약볕을 이고, 겨울엔 콧날이 시큰거리며 걸었다. 아침 햇볕이 그립다 싶으면 어느 새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와 있었다. 꽃이 피어서 지고, 잎이 나고 자라는 것을 보며 한 해가 지나기 금방이다. 무상이란 변화한다는 말이니, 한 해 동안 같은 길을 걷다보면 무상함을 알 수 있다. 변화를 생생하게 느끼려면 매일같이  걸어일이다.

 

1년 내내 거의 같은 시간에 다니니 길에서 만나는 사람도 익숙하고, 새들도 비슷한 자리에서 아침마다 만난다. 넓은 강쪽 버드나무숲엔 까치들이 모여 살고, 모퉁이에는 참새들 재잘재잘, 개천이 흐르는 풀밭엔 꿩들이 격한 울음을 운다. 식물들은 제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그 변화도 잠깐 사이라, 벌써 개망초는 시들고 쑥부쟁이가 꽃을 피운다. 새는 울어 길을 풍요롭게 하고, 물은 흘러 마음비게하고, 꽃은 사람을 운치있게 한다. 새와 물과 꽃이 벗하지 아니하였다면 발걸음이 이렇게 가벼웠을까? 강물 흐르듯 나도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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