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농사꾼의 집
충남 아산시 염치읍 (2016.6.12)
아산에 있는 영인산(364m)에 갔다가 농사꾼 선배가 사는 집으로 찾아갔다. 등목을 하고 시원한 수박을 먹었다. 외손자가 올 때 물릴까봐 모기를 없앤다는 구문초를 심었는데, 이따끔 날파리는 있다며 파리채를 들고 주변을 주시한다. 나무들이 집을 에워싸서 숲이 울창하고, 몇 년마다 하나씩 구하여 마당에 심은 귀한 나무들은 주인의 정성으로 윤기가 난다. 집 앞에는 얕은 냇물이 졸졸졸 흐르고, 오리떼가 헤엄쳐 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오래 전 선대부터 살아온 집 바깥 채 널문은 낡을대로 낡았지만, 농기구는 전시물처럼 가지런하다. 선배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40여 년 전부터 주말에는 꼭 내려와 농사를 지었는데, 수 년 전에는 퇴직하고서 아예 부부가 이곳에 눌러 앉았다. 농사 일은 힘들지만, 정갈한 삶터는 평생 살아온 모습 그대로였다. 인생의 후반전 모습을 그려본다.
왕보리수
삼색병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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