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咸白山. 1572.3m)
더없이 밝고 흰 산
강원도 정선군, 태백시 (2012.1.14. 맑음. -10~1℃)
만항재(1330)-함백산(1572.3)-중함백(1505)-은대봉(1442.3)-두문동재(1268)-두문동 (약 10㎞. 4시간 20분)
산은 희고 하늘은 파랗다. 해는 '희다'의 고어 '해다'에서 비롯된 말이다. 해의 한자어 일(日)에서 빛을 상징하는 한 획을 그어 백(白)이 되었듯, 하얀빛은 하늘에서 온 것일 것이다. 하늘의 얼음이 눈(雪)이다. 눈(雪)의 어근 '눌'이 물의 뜻을 지니고 있는데, 여름에 비가 오나 겨울에 눈이 오나 햇빛이 쨍쨍 비치거나, 빛과 물을 다 내려보낸 하늘은, 내가 짐작하기에 원래가 파란 것이리라.
한참을 차로 올라가서 만항재에서 내리니 설선(雪線)이 따로 없이 아예 시작부터 눈길이다. 더 이상 밝고 흴 수 없어 함백산이다. 산 정수리는 눈으로 가득하여 성산(聖山)이 가진 외경심이 절로 솟는다. 나무에 남은 눈이 없어 바람 불어도 설편(雪片)은 없고, 온통 흰색과 파란색으로 다 채웠다. 이것이 겨울산의 여백이요 가득함이다. 정상 바람은 거세다. 바람은 매처럼 하늘에서 꼭지점으로 급속 하강하여 머무는 사람을 금방이라도 날려버릴 기세다.
산 내려온 정선땅 두문동은 조선초 새 왕조를 거부한 선비들이 개풍 땅 두문동에 숨어있다가, 선비들을 죽이려는 불길을 피해 일부가 이곳으로 숨어들었다는 곳이다. 흰색은 어떤 색이든 물들일 수 있으나, 어떤 색에도 물들지 않고 세상 밖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은 결백한 선비들이 있었던 곳이다. 오늘은 종일 순백의 세상에서 숨 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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