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산 넘고 산/강원 충청 산

함백산 / 더 없이 밝고 흰 산

향곡[鄕谷] 2012. 1. 15. 08:50

 

함백산(咸白山. 1572.3m)

더없이 밝고 흰 산

 

강원도 정선군, 태백시 (2012.1.14. 맑음. -10~1℃)

만항재(1330)-함백산(1572.3)-중함백(1505)-은대봉(1442.3)-두문동재(1268)-두문동 (약 10㎞. 4시간 20분)

 

 

산은 희고 하늘은 파랗다. 해는 '희다'의 고어 '해다'에서 비롯된 말이다. 해의 한자어 일(日)에서 빛을 상징하는 한 획을 그어 백(白)이 되었듯, 하얀빛은 하늘에서 온 것일 것이다. 하늘의 얼음이 눈(雪)이다. 눈(雪)어근 '눌'이 물의 뜻을 지니고 있는데, 여름에 비가 오나 겨울에 눈이 오나 햇빛이 쨍쨍 비치거나, 빛과 물을 다 내려보낸 하늘은, 내가 짐작하기에 원래가 파란 것이리라. 

 

한참을 차로 올라가서 만항재에서 내리니 설선(雪線)이 따로 없이 아예 시작부터 눈길이다. 더 이상 밝고 흴 수 없어 함백산이다. 산 정수리는 눈으로 가득하여 성산(聖山)이 가진 외경심이 절로 솟는다. 나무에 남은 눈이 없어 바람 불어도 설편(雪片)은 없고, 온통 흰색파란색으로 채웠다. 이것이 겨울산의 여백이요 가득함이다. 정상 바람은 거세다. 바람은 매처럼 하늘에서 꼭지점으로 급속 하강하여 머무는 사람을 금방이라도 날려버릴 기세다.  

 

산 내려온 정선땅 두문동은 조선초 새 왕조를 거부한 선비들이 개풍 땅 두문동에 숨어있다가, 선비들을 죽이려는 불길을 피해 일부가 이곳으로 숨어들었다는 곳이다. 흰색은 어떤 색이든 물들일 수 있으나, 어떤 색에도 물들지 않고 세상 밖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은 결백한 선비들이 있었던 곳이다. 오늘은 종일 순백의 세상에서 숨 쉬고 간다.

 

 

 

 

만항재에서 보는 함백산 정상

 

 

함백산 정상이 보이는 고개

 

 

함백산 정상 부근

 

 

만항재에서 함백산 오르는 길

 

 

함백산 백두대간길 (중함백, 은대봉, 금대봉) / 함백산 정상에서

 

 

함백산 정상 오르는 사람들

 

 

중함백 가는 길 고목나무 숲

 

 

은대봉 가는 길

 

 

은대봉

 

 

금대봉. 그 너머가 한강 발원지이다

 

 

금대봉에서 매봉산을 거쳐 피재 가는 능선

 

 

은대봉에서 두문동재 가는 길. 앞산은 금대봉

 

 

두문동재에서 두문동 가는 도로는 눈으로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