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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사나이 가슴속'

향곡[鄕谷] 2012. 1. 25. 15:22

 

 

 

사나이 가슴속

 

 

 

요컨대 아침볕을 받는 곳은 저녁 그늘이 먼저 들고.

일찍 피는 꽃은 빨리 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람은 이리저리 옮겨 불어 한시도 멈추는 법이 없다.

이 세상에 뜻을 둔 사람은

한 때의 좌절로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한 마리 가을 매가 하늘을 박차고 오르는 기상이 있어야 한다.

눈은 건곤을 작게 보고, 손바닥은 우주를 가볍게 보아야만 한다.

 

 

  -  茶山 정약용의 글 「학유(學遊)가 떠날 때 노자 삼아 준 가계(家誡) 」

 

 

 

 

 

 

봄꽃에 마음을 쏟아도 얼마 못 가 다 진다. 땅 속에 씨앗을 숨기고 있던 싹이 그제야 올라와

여름 꽃을 피운다. 추레해져 여름 잡초처럼 여겼더니 어느새 꽃을 다시 달고 제 태를 뽐내는

녀석들도 있다. 뜨락에 피고 지는 꽃에도 영고성쇠의 자취가 뚜렷하다. 바람은 늘 딴 데서

불어온다. 한 때의 좌절과 잠깐의 성취에 일희일비하지 마라. 성취를 이뤘다고 쉬 교만하면

작은 시련 앞에서 바로 꺾이고 만다. 득의의 때에 그 사람의 태도를 보아 그 그릇을 짐작할

수 있다. 시련의 때에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창공을 박차고 오르는 금빛 눈알의

가을 매처럼 가슴속에 차고 늠연한 기상을 길러라. 세상을 가슴에 품어라.

 

이상 『정민 지음. 다산어록청상(茶山語錄淸賞)』 36~37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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