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과 북한산을 가슴에 품는 산
여성봉-오봉
서울,고양 (2012.2.18.맑음.-13~-3℃)
송추계곡-여성봉-오봉(660m)-오봉샘-우이암-우이동 (4시간반)
겨울이 한 뼘정도 남아있는 우수(雨水) 전날, 거의 마지막 한파가 지나가고 있다. 골바람이 조금은 차다. 아무래도 정신이 번쩍 들도록 찬바람 내리불고 흰 눈 내려 자박자박 물기를 머금어야 기운을 차릴 수 있다. 세상 사는 일도 그런 자극이 있어야 하듯 말이다.
아름다운 산길 여성봉과 오봉은 음과 양의 봉이 늘 마주 보고 있는 곳이다. 이 산길에선 북한산과 도봉산 줄기를 멀리서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다.1770년 스무세살의 실학자 유득공이 친구들과 한양도성 유람을 나섰는데, 이 두 산을 표현한 내용이 참 재미있다. " 도봉산은 빼곡하게 투호 단지 안의 화살이나 필통에 꽂은 붓처럼 생겼다"라 하고, " 삼각산(북한산)은 여러 사내들이 마당놀이를 구경하는데, 키 큰 한 사람이 뒤에서 내려다보고 있고 그의 턱 아래 여러 사내들의 갓이 모여있는 모습이다" 라고 하였다.
두 산을 붓이요, 갓으로 표현하였다. 모두가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느낀다. 도열한 봉우리들이 붓통에 정리한 붓자루처럼 가지런하다. 북한산은 중간이 쑥 올라가서 어장에서 그물을 집어올린 것처럼 출렁출렁 주름이 뚜렸하다. 햇살이 퍼져 주름이 부드럽다. 두 팔을 크게 벌려 도봉산과 북한산을 가슴에 품어 보았다. 내가 산에 묻혀 있었는데, 이젠 산이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가슴이 다 시원하고 후련하다.
※ 교통편 :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2번출구에서 34.704번 승차 송추계곡 입구 하차. 20분 걸림.
오봉 원경 / 여성봉에서
여성봉
오봉
오봉
우이암이 보이는 능선
북한산 원경. 그 아래 우이령길이 뚜렸하다
오봉
우이암. 멀리 상계동 아파트촌 건너 수락산이 보인다
우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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