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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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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산,북배산 / 억새와 단풍이 아름다운 산

향곡[鄕谷] 2012. 10. 30. 00:10

억새와 단풍이 아름다운 산

가덕산(858m), 북배산(867m)

 

경기도 가평군 북면 (2012.10.28)

신당리-토골-850봉-가덕산-북배산-작은 멱골-멱골버스종점 (7시간)

 

 

가을 산은 풀과 잎이 마르고 그 공간이 넓어진다. 나무는 남은 양분을 저장하고, 자손을 만들기 위해 씨앗과 열매를 퍼트리고, 잎을 떨구어 한 해를 마감한다. 자연이 부리는 아름다운  순환이다. 가을이 오면 나무는 잎을 떨구고, 곤충은 모습 바꾸기를 한다. 이번 산행의 주제는 억새와 단풍이다. 떠나는 가을에 화려한 그 끄트머리를 보고 싶었다.

 

어제 비 온 뒤라 숲길이 젖고 골짜기는 물소리로 정겹다. 토골이라니 토끼가 다니던 길인 모양이다. 길은 좁고 젖은 낙엽이 산길에 붙어 미끌하다. 잠시 길을 헛돌아 능선에 올랐다. 억새가 예년보다 풍성하진 못하다. 날씨가 메말랐던 탓일 것이다. 척박한 땅에 자라는 억새는 땅속줄기로 이어져 비바람 몰아쳐도 땅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억새는 척박한 것을 감추는 덕이 있다.

 

북배산에서 멱골로 하산하는 길에 화려한 단풍나무 군락을 만났다. 설악까지 찾아가도 만나지 못했던 풍경이다. 능선이 붉게 물들고 우리 얼굴까지 붉어졌다. 물이 뚝뚝 배어 나올 듯하다. 궁벽한 곳에서 짙은 화장을 하고 누구를 기다린단 말인가. 단풍나무는 새순이 돋을 때까지 잎이 말라비틀어져도 가지를 떠나지 않는 눈물겨운 사랑이 있다. 자식들이 태어나면 그제야 꼭 잡았던 잎을 놓으니 자식이 그 헌신을 알까. 화려한 단풍을 휴대전화로 찍고 그걸 집으로 보내느라 모두가 분주하다. 그래서 가족이 필요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모습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