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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감투봉-번대산 / 기품이 있는 소나무가 있는 산

향곡[鄕谷] 2013. 3. 31. 23:14

 

소요산-감투봉-번대산

기품이 있는 소나무가 있는 산

 

경기도 동두천시 (2013.3.30. 맑은 후 흐림)

소요산역-비각-팔각정-하백운대(440)-중백운대(510)-감투봉(덕일봉 535.6)-삼거리-번대산(445)-신북온천 (4시간)

 

 

이름난 산은 명성대로 좋고, 그 이름난 산에 가려져 있는 산은 한가하여서 좋다. 군자(君子)는 군자대로, 은자(隱子)는 은자대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기리는 것과 같다. 소요산은 단풍이 화려하여 가을에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들풀조차 피지 않은 3월에 가면 큰 나무들은 아직 겨울처럼 꺼칠하다. 그곳에서 유독 눈에 띄는 나무가 소나무이다. 이곳 산이름이 김시습, 양사언, 서경덕 등 이름난 분들이 찾아와 소요하여 얻었다고 하였듯 이곳 소나무도 기품이 있다.

 

김시습의 시에 '산에서 높음을 배우며, 바위에서 단단함을 배우며, 소나무에서 곧음을 배운다'는 글이 있다. 나는 그 시에서 소나무가 곧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한참 뒤에야 그 의문이 풀렸다. 사람들이 곧은 나무만 골라서 쓰니, 곧은 소나무들은 줄어들고 굽은 나무만 남은 것이다. 이곳 나무는 윗쪽이 아예 구불구불하다. 그런 솔씨들로 집성을 이룬 곳이다.

 

의상봉을 건너보는 깎아지른 절벽 위엔 용의 몸통처럼 치솟은 소나무가 있다. 소나무에 달을 걸어두면 김홍도의 그림 '송월도'가 연상된다. 산길을 돌아 감투봉에 가도 그러한 분위기는 같다. 하늘로 솟구치는 소나무의 기상이 함부로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이 서렸다. 소나무는 속세를 떠난 초로의 은자요, 감투봉은 그런 소나무로  감투를 쓴 산이다.  한참동안 앉아서 그 모습을 감상하였다.  

 

※ 교통편 : (갈 때) 1호선 소요산행 전철 이용 소요산역 하차

                (올 때) 신북온천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소요산역, 동두천역 하차 전철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