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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게 사는 법 / 팔여거사(八餘居士) 김정국(金正國) 이야기

향곡[鄕谷] 2013. 12. 21. 21:46


넉넉하게 사는 법

  - 팔여거사(八餘居士) 김정국(金正國) 이야기

 

 

 

 

 

 

 

인생의 봄날은 쉬 지나간다. 지나간 일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그 아쉬움을 대신하기 위해서 다시 살아보고 싶느냐고 묻는다면 그리 쉬운 대답이 나오기 어렵다.  조선초기 김안국의 동생인 김정국(1485~1541)이 황해도 관찰사를 하다가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삭탈관직되었다. 그는 이에 연연치 않고 현실을 있는대로 받아들이고 여유롭게 지냈다. 그의 자호가 팔여거사(八餘居士)이다. 친구가 팔여(八餘)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가 대답하기를,

 

"토란국과 보리밥을 배불리 먹으니 먹는데 남음이 있고,

 부들자리와 온돌에서 누우니 누움에 남음이 있고,

 맑은 샘물을 마실 수 있으니 마심에 남음이 있고,

 시렁에 가득한 책들로 보기에 남음이 있고,

 봄엔 꽃이 있고 가을에는 달이 있으니 감상에 남음이 있고,

 새소리와 솔바람소리 있으니 들음에 남음이 있고,

 눈 속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가 있으니 향내 맡음에 남음이 있고,

 일곱 가지 남음으로 즐거움에 남음이 있으니 팔여라 했네" 라 하였다.  

 

김정국의 친구는 그 반대되는 사람도 있다며 팔부족(八不足)도 있다고 했다는데, 생각하기 나름이다. 살아가는 시간에는 풍파도 있고 적막도 있다. 세상 맛에 빠지면 바쁜 일을 구하지 않아도 늘 바쁘고, 세상 맛에 덤덤하면 한가로움에 힘쓰지 않아도 한가로움이 절로 온다 하였다. 순리대로 사는 세상이 남는 장사요 편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