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지지배배 울까?
처갓집 뒤꼍에 제비가 집을 지었다. 국립 산림과학원에서 제비에 대해 번식지도를 만들 정도로 이젠 멸종위기등급의 새이다. 원인은 농약 살포이다. 부화도 어렵고 먹이 구하기도 그렇고, 농약을 살포한 곳에 제비가 오기 싫은 것이다. 제비들은 귀소성이 강한데 점점 돌아오는 비율이 떨어지는 것은 순전히 사람들 탓이다. 제비를 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집은 어떻게 지었을까? 지지배배라고 울까? 먹이는 순서대로 잘 줄까? 사람이 가도 피하지는 않을까?
집은 지붕 밑 벽에다 바깥으로 불룩하게 진흙을 날라다 비를 잘 피하도록 지었다. 알에서 나온 지얼마 안된 새끼 네 마리가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2주 정도 품어 알을 부화한다는데, 좁은 집에서 부부가 겨우 비집고 살 수 있을 정도인데, 새끼가 생겼으니 바쁘다. 제비는 일부일처를 잘 지키는 모범적인 새이다. 사람들은 바람피우는 족속을 제비족이라 하는데, 제비를 모욕하는 언사이다. 뒷단이 갈라진 옷을 제비의 모습을 닮아 연미복이라 하였듯, 멋을 내는 것을 보고 너무 과하게 말한 것이다. 제비가 긴 꼬리를 내린 것은 바람피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찍 장가가기 위한 것이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
제비는 '지비배배' 운다고 하였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지지' 소리는 들리고, 이어서 녹음테이프 빨리 돌리는 듯한 노래하는 소리로 들린다. 임진왜란 때 유몽인이 중국사람에게 조선 사람은 사서삼경을 읽는데, 제비도 논어를 읽을 줄 안다 하였다. 그 내용인즉슨, 지지 위 지지(知之爲知之),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 시지야(是知也). 즉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라고 제비가 읽는다고 하였다. 앞에 지지는 들리는데, 뒤에 빠르게 들리는 소리가 그것인 모양이다. 또 지지(止止)란 능히 멈춰야 할 곳을 알아 멈추는 것을 말하는데, 매일 그렇게 외우니 제비를 지혜롭게 하였을 것이다.
어미 제비가 먹이를 가지고 순식간에 나타났다. 연구 결과 2~3분에 한 번씩 하루 5백여 번 물고 와서 먹인다고 하였다. 어미가 다가오니 새끼들이 입을 벌려서 노란 주둥이가 보였다. 먹이가 떨어질 새라 어미는 날개로 밑을 받치고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번갈아 먹였다. 사람이 쳐다보니 경계를 하는 눈치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오고, 제비가 새끼를 많이 낳으면 풍년이 든다는데, 속담처럼 풍성한 계절이 왔으면 좋겠다. 이제 새끼는 둥지를 떠나 가을이면 따뜻한 곳으로 또 날아갈 것이다. 제비들이 돌아오는 환경이 살기 좋은 환경이다. 사람도 그러하다.
제비 / 충북 제천시 (2014.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