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가 있는 옛 시조
옛 시조에 오동나무는 비가 있고 외로움과 연관하여 지은 것이 많다.
딸을 시집 보낸 허전함, 아내를 보낸 애도의 마음,
오동나무 아래 빗소리를 들어도 외로움이 묻어났다.
오동나무를 심은 뜻은
나무를 사람의 분신으로 삼고자 함이었다.
사람이 떠나니 외로움이 어찌 없을까?
오동나무를 심을 때 외로움은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다.
후두득 후드득 창 밖에 빗소리 들리기에
필기를 해 놓은 공책을 뒤져 오동을 찾아 보았다.
오동에 듣는 빗발 무심히 듣건마는
내 시름하니 잎잎이 수성(愁聲)이로다
이후야 잎 넓은 나무를 심을 줄이 있으랴
- 김상용(1561-1637. 조선)
발그림자 어른어른 움직여가고
연꽃내음 새록새록 풍겨오건만
꿈에서 깬 외로운 벼개맡에는
오동잎에 빗소리가 후득거리네
- 서거정(조선), 졸다 깨어
고운 용모 어렴풋해 보렸더니 홀연 없고
꿈에 깨니 등불만이 몹시도 외로워라
가을비가 내 꿈 깰 것 진즉에 알았다면
창 앞에다 벽오동은 심지 않았을 걸
- 이서우(조선), 죽은 아내를 애도하며
오동나무 /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회곡리 (201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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