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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작물

고구마꽃 / 열매는 맺지 못해도 세상 구경 나온 귀한 꽃

향곡[鄕谷] 2015. 7. 12. 09:53

 

 

 

 

고구마꽃

열매는 맺지 못해도 세상 구경 나온 귀한 꽃

 

 

 

'고구마'라는 말에 벌써 군침이 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고구마 한 입에 김치 한 절음이 있으면 괜찮은 궁합이다. 고구마 한 개면 뱃속이 든든하다. 밭으로 들어가 으로 고구마 줄기를 걷고 호미로 캐면, 손에 달려 올라오는 고구마 덩어리가 고기를 낚듯 주렁주렁 올라온다. 팔뚝만 한덩이를 볼라치면 얼굴엔 함박웃음이 절로 난다. 고구마를 가마니에서 키우면 가마니가 터질 듯이 커져 요술을 부리듯 자라난다. 

 

고구마는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로 1492년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에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영조 39년(1763년) 일본에 사신으로 다녀오던 조엄이 대마도에서 종자를 들여왔다고 하였다. 고구마와 감자는 백성의 배를 불리는데 일조하였다. 감자는 1824년경 처음 들어왔으니 고구마 전래가 더 먼저였다.

 

고구마는 싹꽂이로 번식을 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번식을 해주니 꽃을 피울 줄 모른다. 마치 개나리가 꺾꽂이를 하기에 스스로 자손을 퍼뜨릴 줄 모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구마꽃을 잘 볼 수가 없다. 꽃을 안 피워도 사람들이 자손을 만들어주니 굳이 애를 쓰고 꽃을 피울 필요가 없다. 이번에 승봉도에 가서 고구마꽃을 보았다. 메꽃처럼 생긴 분홍빛 꽃잎에 안쪽으로는 자줏빛을 드리웠다. 비록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세상 구경 나온 귀한 꽃이다.

 

 

  

 

고구마꽃 / 승봉도 (인천. 2014.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