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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걸어서 보는 세상/동티베트

Ⅱ-5. 스꾸냥산(다꾸냥봉) 산행 ② 노우원자에서 과도영까지

향곡[鄕谷] 2016. 5. 31. 16:30

동티베트 배낭여행 Ⅱ-5

4일째 (2016.5.18. 맑은 후 눈)

 

스꾸냥산(다꾸냥봉) 산행 ② 노우원자(老牛園子)에서 과도영(過渡營)까지 

노우원자(해발 3809m)-대해자(大海子.해발 3813m)-과도영(해발 4347m) (5.32㎞. 4시간 14분)

 

 

 

잠들기 전엔 무지 추웠는데 눈만 감으면 금새 잠드는 특기가 여기서도 발휘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텐트는 따뜻하였다. 순전히 사람의 체온으로 데운 열기였다. 옆 텐트 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텐트를 여니 성애가 툭툭 떨어진다. 기온은 차나 바람이 없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는 연신 들리고, 새가 숨 돌릴 틈도 없이 지저귄다. 그 놈들은 고산 증세도 없나 보다. 운동화를 신고 풀밭으로 나섰더니 발이 시리다. 두 분의 고산증세는 어제와 같다 하였다. 다음 캠프에서도 계속 그러면 내려가는 걸 생각해 보겠다고 하였다.

 

따끈한 녹차 한 잔에 속이 부드럽다. 마부가 말을 찾으러 나섰다. 아까 계곡 쪽으로 내려간 말이 물을 마시러 가지 않았을까 짐작하였다. 마부는 그냥 올라온다. 늘상 벌어지는 일이지 싶다. 아침은 떡라면이다. 김치를 곁들여 입맛을 돋운다. 식사를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따로 누룽지를 끓였다. 식사 후에 각자의 몸 상태를 점검하였다. 고산증세가 온 분들은 어제와 같고, 대부분에게 손 저림 현상이 생겼다.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물 마시러 가던 말은 벌써 돌아와 짐을 지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과도영인데, 바로 가면 너무 일러 대해자(大海子)로 돌아서 가기로 하였다. 아침에 큰일을 치루지 못한 대원들은 눈치껏 해결하였다. 응가 위에 야크나 말의 똥을 올려서 똥 가리고 아웅하였다. 출발할 때부터 보이던 4900m 설산 아래로 눈 녹은 물이 맑게 흐른다. 해발 3813m 대해자는 이름대로 큰 호는 아니었지만 설산이 물속에비친 모습은 아름다웠다.

 

대해자부터 다시 치고 오르는 길이다. 고산에 익숙할 법도 한데, 힘든 오름이다.  못 보던 들꽃들이 지천이다. 티베트양귀비라 부르는 설영화(雪榮花) 몇 송이를 보았는데, 이름을 풀어보면 눈속에 피는 이다. 겨울이 지나고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노란 꽃이듯 이 꽃도 그러하다. 잎이 기다란 앵초같이 생긴 꽃은 '시엽설산보춘화(匙葉雪山報春花)' 혹은 '충초화(蟲草花)라 부르는데, '시엽(匙葉)'이 '숟가락처럼 생긴 잎'이요, '보춘화'는 '앵초'이니, 숟가락잎앵초이다. 모두 잔설이 있는 곳에 피는 봄꽃들이다.

 

과도영에 도착하였다. 말은 이곳이 종착점이다. 이제부터는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길이다. 눈 녹은 물이 개울이 되어 흐르고 바닥을 적신다. 오른쪽으로 다꾸냥봉 밑이 보인다. 이렇게 가까이 다가섰는데 그리 큰 어려움이 있겠냐 싶었다. 바닥은 물기가 너무 많아 텐트에서 자지 않고, 바로 옆 창고처럼 생긴 산장을 잠자리로 구하였다. 전등은 장식일 뿐이고, 나무문을 닫으면 깜깜한 방이다. 한 곳은 바람소리가 숭숭 들릴 정도로 외풍이 하였다. 텐트를 방 안에 치고 자기로 하였다. 추워서 산장지기가 불을 때는 화로로 모두 모였다. 산장지기는 74세의 한족으로 부인은 도시에 따로 산다고 하였다. 부인은 현세에 살고, 노인의 삶은 과거형이었다. 연통이 끊어져 연기가 방안으로 들어오고, 서까래는 연기에 그을려 시꺼멓다.  

 

어둠 속에서 헤드랜턴을 비추며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조리한 선배가 야심작으로 준비한 음식 맛이 좋아 한 그릇 더 먹으며 소주 한 잔도 곁들였다. 가이드는 아예 산밑에서 사 온 빠이주(白酒)를내놓고 마신다. 대단하기도 하고 내심 괜찮을까 걱정이 된다.  진눈깨비가 내리며 바닥에 허옇게 쌓였다. 말은 안스럽게도 바깥에 서서 눈을 그대로 맞고 있다. 눈 내려 사방의 산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내일 올라갈 짐을 미리 챙겨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방안인데도 외풍은 어제보다 더 있고, 여전히 몸으로 침낭을 데우며 잠을 청했다  

 

 

※ 산행 2일 차 내용

  시간 : 출발(노우원자) 10:11  도착(과도영) 14:25. 이동시간 3:47  휴식시간 0:27. 소요시간 4:14

  도상거리 : 5.32㎞. 평균속도 1.41㎞. 최고속도 4.87㎞

  고도 : 출발(노우원자) 3809m  도착(과도영) 4,347m. 해발고도 차이 538m

 

 

 

 

설산 위에서부터 햇볕이 들어섰다

 

 

 

 

마부의 아침

 

 

 

 

오늘도 말은 짐을 지고

 

 

 

 

노우원자를 떠나 대해자로 출발한다

 

 

 

 

큰 바다같은 호수라는 이름을 지닌 대해자(大海子)이다

 

 

 

 

티베트양귀비. 그곳 사람은 설영화(雪榮花)라 부른다

 

 

 

 

 

 

 

 

 

 

 

 

숟가락잎앵초가 지천이다

 

 

 

 

 

 

 

 

둘째 날 목적지 과도영이 눈 밑에 있다 

 

 

 

 

 

 

과도영. 우리가 묵은 숙소이다

 

 

 

 

추워서 산장지기가 피워놓은 난로 앞에 다 모였다

 

 

 

 

 

 주방에서는 저녁준비가 한창이다. 말에 싣고 온 가스통. 밥솥이 있다

 

 

 

외풍이 있어서 산장 안에 또 텐트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