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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걸어서 보는 세상/동티베트

Ⅱ-6. 스꾸냥산(다꾸냥봉) 산행 ③ 과도영에서 정상으로

향곡[鄕谷] 2016. 6. 2. 13:37

동티베트 배낭여행 Ⅱ-6

5일째 (2016.5.19. 흐린 후 맑음)

 

스꾸냥산(다꾸냥봉) 산행 ③ 과도영(過渡營)에서 정상으로

과도영(해발 4,347m)에서 정상 안부(4,894m)까지

 

 

 

잠결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 3시 반이다. 식사를 하고 움직여야 할 시간이다. 늦으면 바람이 불어 정상에 오르지도 머물지도 못한다. 온천지가 눈에 덮였다. 밤새 눈이 등산화 높이 보다 더 내려 철부덕철부덕 하는 발자국소리가 더욱 긴장을 가져오게 한다. 시에라컵과 숟가락들고 눈 덮인 마당을 지나 건너편 껌껌한 주방으로 갔다. 한 그릇을 받아 넘기니 목젖이 따뜻하다. 허기가 질까 봐 반 그릇을 더 먹었다. 랜턴이 깜빡깜빡한다. 수명을 다 한 것이다. 용의주도한 친구로부터 예비전지를 받아 불빛을 밝게 하였다.

 

새벽 5시 출발 대열을 갖추었다. 한 명이 등반을 포기하였다. 고소증세가 심하여 어쩔 수 없었다. 가이드가 천천히 올라가라 재삼 당부한다. 아직도 해드랜턴 불빛 사이로 내리는 실눈이 가늘게 비치는 꼭두새벽이다. 혹시나 사람을 놓칠새라 앞뒤로 점검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어두운 산 위로 한 발 한 발 발길을 옮긴다. 조금만 방향이 어긋나스틱이나 신발이 눈밭으로 쑤욱 빠진다. 어둠 속에서 숨을 고르며 따라가는 일이 환각인지 현실인지 몽롱하다.

 

평지 같은 산지로 올라서니 구름이 아래를 덮고 있다. 구름이 산을 놓았다가 가렸다가 변화가 무쌍하다. 나무나 풀은 보이지 않고 바위와 눈과 구름뿐이다. 위로 올라가면 추위를 느끼고, 산소가 부족하고, 저체온증이 생긴다는데, 그 시험에 서서히 드는 느낌이다. 능선에 올라서니 호흡이 가빠온다. 인생이나 산에서나 정상에 다가설수록 몸을 굽히는 법인데, 경사가 급하면 몸을 굽힐 수밖에 없다.

 

너덜지대를 지나 능선에 올라섰다. 바람이 불어 선두가 기다릴 수 없다 하였다. 능선에 오르니 산은 휘날리는 구름 속에서 위용을 드러내었다. 장수가 큰 칼로 좌우로 내려친 듯 급사면이다. 그 위용이 서늘하다. 다꾸냥봉 오르는 길목도 눈에 덮인 급사면이다. 폴대는 눈에 덮여 꼭지만 드러나고, 발에 밀린 눈송이가 굴러 멀리도 내려간다. 사람이 미끄러지면 흔적도 찾지 못할 곳이다. 얼굴에 가벼운 경련이 일어났다. 경사가 급해 숨 고르기 어렵고, 쉬려니 발이 너무 시려 꼼지락거려야 얼지 않을 정도다. 고산으로 오르는 등반가들이 제발 한 발을 내딛게 해 달라는 간절한 염원이 생각났다. 힘들지만 앞으로 가야 한다고서로 격려하였다.  

 

정상 5038m 바로 밑 4894m 안부까지 올랐다. 바람이 거칠어진다. 선두 2명은 벌써 산 위로 오르며 우리를 기다린다. 선두는 티베트인의 허파를 가졌다고 생각하였다. 지칠 줄 모른다. 강한 바람과 추위에 여벌의 다른 옷을 또 껴입는다. 엄청 추워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선두가 도로 하산한다. 바람이 너무 불어 사람이 날아갈 것 같고, 빙판이 있어서 하산 시 사고 날 염려가 있어 내려왔다는 것이다. 다꾸냥(大姑娘)이 우리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정점으로 삼고서 철수하기로 하였다. 선두는 이미 4,930m 정도는 통과하였으니 100여 m를 앞둔 지점이었다. 다꾸냥봉 정상 기념사진을 이곳에서 찍었다. 

 

 

 

 

바로 앞 너덜만 오르면 정상에 오르는 능선이다

 

 

 

 

 

 

 

 

 

 

 

 

다꾸냥봉 정상 위에는 구름이 바람에 날린다

 

 

 

 

 

 

 

 

다꾸냥봉 오르는 길은 급사면 눈길이다

 

 

 

 

왼쪽으로 스꾸냥산 봉우리들이 위용을 드러낸다. 대원들은 기어서 급사면을 오른다

 

 

 

 

급사면을 지나 안부로 다가선다

 

 

 

 

 

다꾸냥봉 정상이 눈 앞에 들어왔다

 

 

 

 

다꾸냥봉 정상이다. 선두 둘은 정상(5038m)으로 오르고 있고, 둘은 안부(4894m)에서 장비를 정비하고 있다

 

 

 

 

스꾸냥산에서는 바람이 세차게 구름을 밀어내고 있다

 

 

 

 

산 아래도 구름으로 휩싸여 앞을 가린다

 

 

 

 

후미는 안부 쪽으로 다가서고

 

 

 

 

바람이 거세져 눈이 휘몰아치자  선두는 도로 하산하고 있다.

 

 

 

 

여기가 다꾸냥봉 정상. 세찬 바람 속에서 사진 촬영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