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마읍마을에서
강원도 삼척시 노곡면 하마읍리 (2016.9.28-9.30)
마읍마을은 삼척시내에서 26㎞나 들어가는 산골마을이다. 북평장을 구경한 후 동막으로 갔다. 산에는 소나무가 울창하고,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들을 지나 몇 굽이 고개를 넘어 마을로 들어섰다. 길가에는 넓은 개울물이 콸콸 흐르고, 감이 주렁주렁 머리에 닿을 정도로 늘어졌다. 한낮에 잠시 내린 비로 곡식이며 과일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생명력이 넘치는 산골이다. 예전에 이곳은 버스가 들어오면 집집마다 고개를 쑥 내밀고 누가 들어오나 내다볼 정도로 사람이 그리운 곳이라 하였다. 지금도 한적한 곳이다.
어둑해지니 마을이 더욱 조용하다. 저녁을 먹으며 이곳에 들어온 지 삼십년이 넘은 주인 얘기를 재미나게 들었다. 술도 한 잔 못하시면서 얘기가 걸쭉하게 재미있다. 새벽녘 아직도 밖은 컴컴한데 멀리서 닭이 다 쉰 목소리로 '용천댁 용천댁' 하며 주인을 깨우는지 동천이 밝도록 지치지도 않는다. 아침에 삼척번개시장에 나가서 물가자미며 몇 가지 장보기를 하였다. 들어와서 밥이 되는 동안 밭에 나가 대추며 홍시를 따 먹으며, 수북이 떨어진 밤을 줍고 고추를 땄다. 농약을 치지 않은 밭에는 풀과 채소가 같이 자란다. 들꽃도 밭가에 가득하다. 새벽에 산에서 딴 송이와 밭에서 뜯은 나물로 밥상이 싱싱하다 .
마을 안쪽으로 훌륭한 산길이 있었다. 금강송이 높고 계곡은 맑고 아름답다. 바람도 자고 새도 자고 물소리뿐이다. 들꽃은 지천이어서 들꽃화원이 따로 없다. 공부해야 할 들꽃이 많고 산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그래서 산수는 책과 같다. 산은 깊어 길은 끝도 없고, 내가 산속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소동파가 여산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는 것은 이 산속에 내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과 같다. 깊이 들어와 있어서 아늑하다.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 > 강원 충청 탐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령포 / 영월 단종 유배지 (0) | 2018.09.25 |
---|---|
의림지 / 가장 오래된 저수지 (0) | 2017.10.05 |
장호항 / 삼척의 미항 (0) | 2016.10.07 |
죽서루(竹西樓) / 관동팔경 제일루 (0) | 2016.10.06 |
척주동해비 / 조수를 물리치는 영험한 비 (0) | 2016.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