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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사마귀 / 팔뚝을 휘둘러 길을 막는다

향곡[鄕谷] 2018. 12. 6. 12:53

 

 

 

사마귀

팔뚝을 휘둘러 길을 막는다

 

 

 

 

사마귀 / 제주 추자도 (2018.11.6)

 

 

 

 

산소에 갈 때면 풀숲에서 가끔 사마귀를 만난다. 풀숲에 먹이가 되는 곤충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사마귀는 씨 뿌리기 좋다는 망종(芒種. 6월 6일경) 때 나온다는데 그때쯤이면 먹이도 많다. 이번에 섬 여행을 하는데도 사마귀를 두 번이나 만났다. 사람을 만나도 앞다리를 치켜들고 물러 설 줄 모른다.  낫 모양의 갈고리가 있어 무섭다. 중국 무술 당랑권(螳螂拳)이 사마귀의 모습이다. 버마재미 당(螳)에, 사마귀 랑(螂)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 장공(莊公)이 수레를 타고 사냥 가는 길을 사마귀가 막았다는 고사 당랑거철(螳螂拒轍)이 있다. 작은 미물이 용기가 가상하다고 장공의 수레는 피해서 갔다.

 

사마귀란 사악한 마귀란 말도 있지만, 그 어원이 사마(死魔)의 귀신이란 말도 있다. 사마는 불교에서 남의 목숨을 빼앗고 세상을 파괴하는 악마이다. 사마귀를 부르는 이름이 여럿 있다. 버마재미, 오줌싸개가 대표적이다. 버마재미는 범+아재비인데, 무섭게 생긴 아저씨다. 오줌싸개는 무섭던 사마귀도 위협을 느끼면 오줌을 싼다고 해서 붙었다. 그놈도 그럴 때가 있는 모양이다. 그 오줌이 사람 살갗에 묻으면 사마귀가 생긴다는 속설이 있는데,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사마귀가 생기면 민들레 잎을 잘라 나오는 하얀 액체를 발랐다.

 

사마귀는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이다. 어릴 때는 진딧물 등 작은 것을 먹다가, 크면 메뚜기, 매미, 벌, 나비 등 닥치는 대로 먹는다. 사마귀는 9월 초에서 11월 초에 짝짓기를 한다는데, 짝짓기 후 배가 고프면 암컷은 수컷도 잡아먹는다. 움직이는 물체는 먹이로 판단한다니 무서운 놈이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아막는데 정신이 팔려 뒤에서 참새가 자신을 노리는 것도 몰랐다는 데서 유래한 당랑규선(螳螂窺蟬)이란 고사도 있다. 알을 낳아 거품을 품어 그 속에서 알집이 겨울을 난다는 사마귀다. 그 알집도 애벌레가 되면 개미나 도롱뇽, 다른 곤충이나 새가 먹는 먹이사슬이 되니 다 돌고 도는 것이다.

 

 

 

 

사마귀 / 제주 추자도 (2018.11.6)

 

 

 

 

사마귀 / 경기도 화성 입파도 (2018.9.10)

 

 

 

 

벌을 먹는 사마귀 (2021.9.3 남한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