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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나무

버드나무는 물과 바람의 나무다

향곡[鄕谷] 2019. 6. 11. 22:10

 

 

버드나무는 물과 바람의 나무다

 

 

 

버드나무 / 마현마을 (경기도 남양주시. 2016.4.7)



 

 

버드나무는 암수 딴 그루로 암나무에는 암꽃이 수나무에는 수꽃이 핀다. 솜털을 날리는 것이 암나무다. 꽃을 들여다 보면 강아지풀처럼 생겨 작고 가느다랗다. 벌써 봄바람에 씨앗을 다 날려보냈는지 열매는 말랐다. 버드나무는 벌레가 모여드는 충매화여서 꽃가루를 날려보내지는 않는다. 솜털같이 날아다니는 것은 꽃가루가 아니라 버드나무 씨앗인데, 사람들은 꽃가루가 날린다고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해 과민반응이거나 모르고 얘기한 것일  것이다. 

 

버드나무는 가지가 부드럽다고 부들나무가 버들나무가 되었다가 버드나무가 되었다.  가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질겨서 좀처럼 꺾이지 않아 '버들가지 바람에 꺾일까?' 라는 속담도 있을 정도다. 가지가 꺽이지는 않아도 힘을 주면 원줄기에서 잘 떨어져나간다. 팔 하나를 잃고 나머지를 살리려는 희생일 것이다. 버드나무는 거꾸로 꽂아놓아도 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고 빨리 자란다. 빨리 자라는 대신 왕버들을 빼고는 수명이 짧다. 세상은 공평한 기준이 그것인 모양이다. 느리게 가면 늦게 가고, 빠르면 빨리 가는 법이다.

  

사람들은 식사를 하고 나면 이쑤시개를 쓴다. 고려 때는 버들가지 이쑤시개를 양지(楊枝)라 했다이 말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말로는 요지로 읽는다. 우리나라에서 물 건너간 말을 찾아보면 꽤 있을 것 같다. 이를 닦는 것을 양치(養齒)질이라 하는데,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닦은 양지질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쌓을 때 일꾼들이 힘드는 것을 이기기 위해 버드나무 껍질을 씹었다고 하고, 우리 어른들도 치통이 있을 때 버드나무 달인 물로 입을 헹궜다이순신장군도 말에서 떨어져 발목을 다쳤을 때 버드나무 껍질로 감아 통증을 이겼다고 한다나중에 버드나무의 진통효과를 연구해서 아스피린을 만들었다는데 민방요법이 의학의 기초가 된 예는 참으로 많다. 버드나무는 목질이 부드러워 가구도 만들고 소쿠리나 광주리, 곡식을 고르는 키도 만들었다. 그만큼 우리 가까이 있는 나무가 버드나무다.

 

소나무가 부성을 지녔다면, 버드나무는 모성을 지닌 나무다부드러우면서 끈질긴 모성을 띤 버들부인이 되어 여러 영웅을 낳았다. 유화부인은 고구려 태조 주몽을 낳았고, 고려 태조 왕건도 버들부인을 왕비로 맞았다. 왕건이 마을을 지나가다가 우물에서 물을 긷던 버들부인에게 물을 청하니 버들잎을 훑어서 바가지에 띄워서 주었다는 얘기는 잘 알려져 있다. 참으로 지혜롭다고 생각하여 부인으로 맞아들였다이와 같이 버들은 지혜로운 모성을 지닌 나무다.

 

관음보살은 버드나무를 손에 들거나 병에 버드나무를 꽂아둔다. 관음보살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두루 살펴 재난과 질병을 막아주는 보살이다한국콜마란 회사에서 3년전 일본인이 파는 그림을 25억원에 사서 국립박물관에 기증을 한 그림이 수월관음도이다. 물에 비친 달처럼 나타난 관음보살 그림이란 뜻이다. 버드나무 가지가 실바람에도 나부끼듯, 중생의 작은 소원도 귀 기울여 듣는 자비를 상징하고 있다. 이처럼 버드나무는 부드럽고 지혜로운 버들부인의 모성과 관음보살의 자비를 상징하는 사랑나무이다. 한시로 가장 많이 노래한 나무가 버드나무이고, 조상님들이 대대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무가 버드나무이다.

 

봄바람이 버드나무로만 불어오는지 봄이되면 나뭇가지가 일렁이고가장 먼저 움 트는 나무가 버드나무인 것을 보면 정말로 봄을 기다리는 나무이다버드나무 늘어진 곳에서 바람을 구경하기로 했다. 바람의 모습을 보자면 버드나무 옆에서 기다릴 일이다. 버들가지가 일렁인다. 실바람이 버들가지 사이로 지나간 것이다. 바람을 구경한 것이렸다.

 

 

 

 

버드나무 / 창경궁 (서울 종로. 2010.4.12)

 

 

 

 

버드나무 / 창경궁 (경기도 남양주. 2010.4.12)

 

 

 

 

 

버드나무 / 교동도 (인천 강화. 2014.3.27)

 

 

 

 

 

버드나무 / 한강 난지도 부근 (2016.4.21)

 

 

 

 

 

버드나무 / 서울숲 (서울 성동구. 2019.6.3)

 

 

 

 

 

버드나무 / 서울숲 (서울 성동구. 2019.6.3)

 

 

 

 

 

버드나무 / 서울숲 (서울 성동구. 2019.6.3)

 

 

 

 

 

버드나무 / 경기도 양평 물소리길 (2019.6.4)

 

 

 

 

 

버드나무 / 경기도 양평 물소리길 (201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