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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향기/나무

돌배나무를 사랑하는 이유

향곡[鄕谷] 2019. 6. 15. 09:56

 

 

 

돌배나무를 사랑하는 이유

 

 

 

돌배나무 꽃 / 창덕궁

 

 

 

식물 이름에 돌이 들어간 것은 야생이란 뜻이다돌배는 열매는 작아도 향기롭고 맛은 시면서도 달다. 그래서 떫은 배도 맛들일 탓이다.’란 속담이 있다. 돌배나무는 삼한시대부터 재배하였는데, 우리가 요즈음 먹고 있는 배는 품종 개량한 일본배다. 일본배는 한일합방 직전에 들어왔는데 서울숲 부근에 시험재배장이 있었다.

 

배는 꽃이 잎보다 미리 나오는데, 몇 년 전에는 배꽃이 필 때 날씨가 추워서 벌이 나오지 않았. 벌이 안 오면 배 과수원에서는 붓으로 일일이 묻혀 꽃가루받이를 한다. 사람이 하는 꽃가루받이는 한계가 있어 배 값이 비쌌다. 그래서 다들 '금배'라고 불렀다. 금배라도 제사 지낼 때는 과일은 꼭 놓는다. 과일에도 계급이 있어서 배는 씨가 6개라 6판서를 나타낸다는데, 배를 놓은 이유는 겉보다는 속이 찬 사람이 되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배꽃이 한자로 이화(梨花)'인데, 국어시간에 배운 이조년의 다정가(多情歌)가 있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로 시작하는 가사가 멋지다. 달빛이 비치는 밤에 배꽃 아래서 마시는 멋진 술 한잔은 아직도 하지 못하였다. 이화주란 술이 있는데 배꽃이 필 무렵에 담근 누룩으로 빚은 술을 이화주(梨花酒)라고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돌배 종류에 문배라고 있는데, 문배주의 주원료는 조와 수수인데, 문배 향이 나서 문배주라고 붙인 것과 같은 것이다.

 

돌배나무가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쓰인 곳이 팔만대장경판이다. 돌배나무는 나무 재질이 곱고 치밀하여 팔만대장경 경판을 만들 때 썼다. 산벚나무가 64%로 제일 많고, 그 다음이 돌배나무가 15% 정도 된다. 81,258장의 대장경판 5230만자에 정성을 쏟아 부었다. 돌배의 꽃말은 참고 견딤이고, 산벚나무의 꽃말은 만춘(滿春)이. 전란을 참고 이겨내어 꽃이 피는 봄을 찾은 것이다.

 

선조들이 제사에 배를 놓고, 한시로 배꽃을 노래한 것은 모두 돌배이다. 그 토종 돌배나무가 줄어들고 있다. 무엇이든 품종을 개량하려면 원종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돌배나무를 보호해야 한다. 이 나무가 없어지면 생태의 한 고리가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기침 천식에 배를 먹으면 좋은 것은 다 아는데, 염증 치료에도 좋다. 배는 치유의 나무다. 우리가 오랫동안 배를 사랑하였고 사랑해야 할 이유가 이렇게나 많다.

 

    

 

 

돌배나무 / 서울창포원 (서울 도봉구. 2019.5.20)

 

 

 

 

 

 

 

 

 

돌배나무 / 서울숲 (서울 성동구. 2019.6.3)

 

 

 

돌배나무 / 양평 물소리길 (경기도 양평. 2019.6.4)



 

 

돌배나무 / 서울숲 (서울 성동구. 2019.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