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이 벗겨지는 나무
나무도 세월 따라 나이를 먹는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듯 나무도 세월의 흐름을 줄기에서 짐작할 수가 있다. 나무줄기는 크게 나무 부분과 껍질 부분으로 나눈다. 또 나무 부분은 심재와 변재로 나눈다. 심재는 재질이 단단하고 색이 짙은 부분이고 생장이 끝난 부분이다. 변재는 아직도 수분이 오르내려 색이 옅다. 변재는 나중에 심재가 된다. 변재와 껍질 사이에 있는 부름켜는 형성층으로 나무가 굵어지는 것은 부름켜가 굵어지기 때문이다. 나무가 굵어지면 부름켜 안쪽 세포가 쌓이지만 부름켜 바깥쪽 세포는 쌓이지 못한다. 갈 곳이 없는 부름켜 바깥쪽 세포는 주름이 지고 벗겨진다.
느티나무 자작나무 사스레나무처럼 종이처럼 벗겨지는 나무가 있고, 소나무는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벗겨진다. 참나무나 감나무도 껍질이 벗겨지기는 하지만 유난히 잘 벗겨지는 나무가 있다. 간지럼나무라 부르는 배롱나무는 표시가 나게 벗겨지고, 플라타너스라 부르는 얼룩덜룩 벗겨지는 버즘나무, 구름 모양으로 벗겨지는 모과나무, 아름다워 비단나무라 부르는 노각나무도 모양을 내어 벗겨지는 나무다. 자작나무 물오리나무 물박달나무는 종이조각처럼 벗겨지고, 박달나무는 투박하게 갈라지며, 산수유나 중국단풍은 껍질이 지저분하다고 할 만큼 누덕누덕 벗겨진다.
사람이 나이 들면 머리가 희어지고 피부에 주름이 간다. 나무도 세월이 가면 쭈글해지며 껍질이 벗겨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람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지나온 세월 끝에 안정된다는 의미다. 잘 늙은 노년은 아름다울 수 있고 죽음이 닥쳐도 두렵지 않듯, 나무가 세월이 가서 주름이 지고 껍질이 벗겨진다 해도 참으로 아름답고 멋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일 것이다.
느티나무 / 서울 종로구 서촌
배롱나무 / 전남 해남
모과나무 /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자작나무 / 강원도 인제 원대리
노각나무 / 백두대간 수목원 (경북 봉화)
거제수나무 / 방태산 (강원도 인제)
박달나무 / 방태산 (강원도 인제)
물박달나무 / 청계산 (경기도 양평)
산수유나무 / 서울 송파구 잠실동
중국단풍나무 / 서울숲 (서울 성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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