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섬여행 2.
안좌도 박지당숲
작고 아늑한 섬 숲길
2019.10.8
두리에서 박지도로 건너가는 나무다리 퍼플교
암태도와 압해도 사이에 천사대교를 2019년 4월 개통하고, 암태도,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섬 간에도 다리가 있어 자동차로 바로 갈 수 있는 섬이 되었다. 자은도가 52㎢로 우리나라 열두 번째로 큰 섬이라 하는데, 암태도가 43.7㎢, 안좌도가 47㎢로 모두 상당히 큰 섬이다. 배로 이동 수단을 삼기에는 한계가 있는 섬 크기다. 목포에서 이들 섬으로 오는 버스도 있지만, 섬 사이를 다니고, 섬 관내를 다니는 버스도 있다. 그러나 구경거리가 되는 곳까지 버스가 가지 않거나 적어서 섬마다 있는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신안에서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한 안좌도 끄트머리에 있는 부속섬 박지도와 반월도에 가기로 했다. 암태터미널에서 목포에서 들어오는 버스를 타고 안좌도 읍동리까지 가서 거기서 택시를 불러 두리(斗里)까지 갔다. 그곳에서 두 섬으로 넘어가는 나무다리가 있다. 이름하여 퍼플교다. 퍼플(Purple)이란 보라색인데, 주택 지붕이나 상가나 다리를 보라색으로 색칠하였다. 나무다리 난간 공사중이라 두리와 박지도 사이는 다닐 수 있지만, 박지도와 반월도 사이는 갈 수가 없다.
섬은 사면에 물이 있어 고립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도교에서는 이상향을 뜻하여 현실의 피난처이기도 하다. 이 다리는 뭍으로 나오는 할머니의 소원을 위해 만든 다리라고 하는 얘기가 있다. 전하는 얘기에 박지도에는 지금도 터가 남아있는 곳에 살았던 비구니스님과 반월도에 사는 비구스님이 연모하여 서로 돌로 바다에 길을 내었는데, 길을 만들자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두 사람 모두 사라졌다는 얘기가 전하는 물길이기도 하다.
박지도는 섬 모양이 바가지를 닮아서 이름 지었다는 섬이다. 그 둥근 바가지 섬 둘레길 4㎞를 한 바퀴 돌았다. 바닷길을 잠시 돌아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면 안온한 숲길이다. 길은 예덕나무, 사스레피나무, 편백나무를 심어 큰 숲을 준비하고 있었고, 기왕에 있는 나무들도 숲을 풍성하게 하였다. 정상에는 기를 받으라는 기바위가 있어 산정에 간 여행객을 반겼다. 산신제를 지내던 박지당 터도 좋고 숲길은 짧아도 그윽하다. 아쉬운 점은 900년 우물이라는 입간판이 입구에 있고, 산정에도 '900년 우물'이란 큰 조형물을 세웠는데, 유래도 모르겠고, 막상 우물에 가보니 바가지 하나와 공사판처럼 흙먼지를 뒤집어쓴 돌무더기 우물이 있었다. 요란함이 지나친 곳이다. 대체로 편안하고 아름다운 숲길이다. 그 자체로 좋은 곳이다.
박지도 둘레길
혹이 달린 예덕나무
세발버섯 / 오징어다리처럼 생긴 버섯
바람의언덕으로 가는 길
바람의 언덕
바람의 언덕
산신제를 지내던 박지당터
정상 기바위
사스레피나무
900년의 우물
반월도
두리선착장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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