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산길에서
남한산성 (2019.11.15)
비가 그치기에 산에 올라갔다. 비 온 후 가을 잎이 더 화려해졌다. 잎은 서리가 내릴 때까지 쉬지 않고 양분을 저장한다. 저장 양분은 겨울을 나는 에너지가 되고, 봄에 잎이나 꽃이 된다. 부지런히 양분을 모으지 못한 나무는 봄에 꽃눈이 나와도 꽃을 피우지 못한다. 나무도 사람도 살갗이 거칠 때까지 일한다.
산길에 낙엽이 수북하다. 나고 죽는 것이 무량으로 되풀이되는 것이 생명체이고, 무량으로 되풀이하면서 사는 것이 또한 삶이다. 중간에 비가 후드득 내린다. 가을빛이 더 짙어졌다. 산정에 올라 구름을 보려 하였더니 아예 구름 속에 갇혔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르겠다. 빗소리가 내 귀를 씻고, 자욱한 안갯속 나무들은 실루엣이 아름답다. 안갯속에 있으니 허허롭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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