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경상 전라 탐방

영랑생가 /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인 영랑 김윤식 생가

향곡[鄕谷] 2020. 1. 22. 11:25

 

 

2020 강진, 장흥, 해남 탐방 ⑨

 

영랑생가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인 영랑 김윤식 생가

 

전남 강진군 남성리 (2020.1.13)

 

 

 

 

 

영랑생가  / 전남 강진

 

 

 

영랑생가는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인이자 항일 민족지사인 시인 영랑 김윤식(1903~1950)의 생가다. 강진군청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영랑생가가 보인다. 강진 사람들은 영랑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영랑 슈퍼, 영랑 설비 등등, 곳곳에 영랑이 들어가는 이름이 남아 있다.

 

영랑생가에 들어서면 큰 은행나무가 있고, 겨울이라 앞마당에 모란은 지고 없고, 바로 옆에 그의 명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비가 서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매끄럽고 세련된 시어이고, 그 선은 굵고 강렬하다. 안채로 들어가면 '오-매 단풍 들겠네'로 귀에 익은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가 있고, 샘가 시비에는 '마당 앞 맑은 새암을'이 맑은 시어를 담고 있다. 집 뒤로는 이 계절을 맞이한 동백이 집을 둘러싸고, 시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에서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의 강물이 끝없이 흐르네'라며 노래하였다. 그의 시어는 꽃이요 샘물이면서 강물이었다. 

 

그의 항일 민족저항 행적에 주목하였다. 휘문의숙 재학 시절 기미독립운동이 일어나자, 자신의 구두 밑창에 독립선언문을 숨겨서 강진에 내려왔다. 그는 강진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하다가 일본 경찰에 잡혀 6개월간 옥고를 치루었다. 그는 시작 활동은 계속하면서도 창씨개명과 신사 참배 및 삭발령을 거부하여 흠결 없이 살아왔다. 시는 서정적이지만 강렬해 보이는 이유가 그래서였다. 독립 후 청년위원회 활동도 참여한 그가 1950년 한국동란 때인 9.28 서울 수복 때 포탄 파편을 맞고 이튿날 세상을 떠났으니 참으로 아쉽다. '내마음 어딘 듯 끝없는 강물이 흐른다'는 그의 시가 다시 떠오른다.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쳐오르는 아침 날빛이 뻔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