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심은 뜻
- 문묘, 볼음도, 용문사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열매 속에 씨앗이 은백색이고, 겉모양이 살구와 비슷하여 은빛 살구란 의미로 은행(銀杏)이라 하였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세 나라에만 있는 나무다. 1억 5천만 년 전에 터 잡은 나무라서 화석 나무라 부른다.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제자를 가르쳐 행단(杏檀)이란 이름이 붙었다. 성균관에 있는 은행나무는 1519년 심었다는 안내판이 있어 600년이 넘은 나무다. 수나무에 달린 유주(乳柱)는 젖가슴에 달린 것처럼 생겼는데, 오래된 고목에만 생기는 현상으로 이곳 유주는 특히 크다. 공자의 학문을 공부하는 유생들이 학문을 닦았던 곳이어서 행단이란 말이 어울리는 나무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볼음도 안머리골에 가면 큰 은행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다. 바닷가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800살이나 되는 고목이다. 원래는 바다 건너 이십 리 너머에 보이는 북녘 땅에 있었던 나무다. 황해도 연안군 호남리에 있던 은행나무는 고려 중엽 연안평야를 휩쓴 홍수로 수나무가 뽑혀서 떠내려 온 것을 주민들이 이곳에 심었다. 암 수 나무가 헤어진 후 남북 주민들은 각기 풍어제를 지냈는데 6.25전쟁 후 중단하였다. 다른 곳에 있는 은행나무보다 줄기에서 나온 가지가 많아 풍성해 보인다. 이 은행나무 가지를 다치게 하거나 부러진 가지를 주워서 태우면 목신(木神)이 진노해서 재앙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언제 만날 수 있을지 헤어진 세월이 너무도 길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키가 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다. 키 높이는 40m 정도 되고, 가슴 높이에서 둘레는 11m 정도 된다. 용문사는 신라시대인 913년에 창건한 절이다. 이 은행나무는 경순왕(재위 927~935)이 신라 사직을 고려에 바치자, 그 아들인 마의태자가 경주를 떠나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심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1100년이 넘었다는 세월이 수긍이 간다. 어떤 사람이 이 나무에 톱을 대자 나무가 울었다 하고, 일제강점기에는 왜군이 용문사에 불을 냈는데, 이 나무만 안 탔다는 얘기도 전한다. 불사 목(不死木)의 나무다. 나무를 심는 자는 꿈을 심는다고 말한다. 나무를 심은 뜻은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지혜와 힘을 얻으려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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