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무늬 껍질 나무
나무껍질은 나이를 말해준다
얼룩은 본바탕에 다른 빛깔의 점이나 줄이 섞인 자국이고, 무늬는 본바탕에 다른 빛깔의 점이나 줄이 섞인 무늬다. 그런 두 가지를 합한 얼룩무늬는 본바탕과 다른 자국을 무늬로 들여온 것이다. 동물이나 식물에는 그런 것들이 여러 종 있다. 얼룩말이나 얼룩소는 대표적인 얼룩무늬 동물이고, 개도 얼룩무늬 품종이 있다. 위장을 하기 위한 것이 있고, 실용의 용도도 있다. 얼룩말의 줄무늬는 피를 빠는 말파리의 눈길을 끌지 않는 무늬이다. 얼룩말의 태아는 검은 피부인데 출산 전에 흰 줄이 나타난다.
식물에도 얼룩무늬가 있다. 얼룩무늬 잎도 있지만 나무껍질에서 얼룩무늬를 찾아보았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모과나무는 나무에 달리는 참외란 뜻인 목과(木瓜)가 모과가 되었다. 줄기에 굴곡이 뚜렷하고 녹갈색 나무껍질이 조각으로 벗겨지면서 얼룩무늬가 생긴다. 여름동백이라 부르는 노각나무는 나무껍질이 회갈색인데 오래될수록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황갈색 얼룩이 생긴다. 그 모양이 사슴의 뿔을 닮아 녹각나무라고 하다가 노각나무가 되었다. 산딸나무는 산속나무인데 풀 딸기 같은 열매가 달린다는 나무란 뜻이다. 암갈색인데 오래될수록 불규칙한 조각으로 벗겨진다.
배롱나무는 연한 적갈색이고 얇은 조각으로 벗겨지면서 얼룩무늬가 생긴다. 세월이 가면 껍질은 거의 다 벗겨진다. 백일홍나무가 배기롱나무를 거쳐서 배롱나무가 되었다. 백송은 하얀 소나무라 부르는데, 회청색이지만 오래될수록 비늘 조각처럼 벗겨지고 떨어지면서 회백색을 띠어 얼룩이 진 것처럼 보인다. 양버즘나무는 암갈색이고 세로로 갈라지면서 조각조각 떨어져 버짐 같은 얼룩무늬를 만든다. 잎이 넓다는 뜻으로 플라타너스인데, 우리말 버즘나무로 옮겨 하필 피부병 이름이냐고 나무는 싫어할지도 모른다.
얼룩무늬껍질 나무들은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 나이를 먹으면서 조각이 벗겨져서 생긴 것이다. 나무의 나이를 말해주는 것은 피부, 이끼, 수관이다. 나무는 나이가 들면 피부는 주름이 잡히거나 껍질이 벗겨지고, 이끼는 줄기의 어느 높이까지 올라간다. 나무의 순은 점점 짧아지고 나중에는 전혀 자라지도 않는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피부에 윤기가 떨어지고 각질이 생기듯 나무도 같다. 나무껍질은 나이를 말해주고 있다.
'자연의 향기 > 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수유 / 이른 봄 노란 꽃, 생명의 붉은 열매 (0) | 2020.03.23 |
---|---|
히어리 / 이른 봄 주렁주렁 꽃차례 (0) | 2020.03.21 |
노각나무 / 사슴뿔나무 (0) | 2020.03.02 |
은행나무 심은 뜻 (0) | 2020.02.05 |
창경궁 온실에서 본 남부지방 나무 (0) | 2020.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