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섬으로 간다/섬 섬 섬

만재도 앞산 / 뱃길로 가는 가장 먼 섬산 ②

향곡[鄕谷] 2020. 7. 27. 21:43

신안 섬 여행 17

 

만재도 앞산

뱃길로 가는 가장 먼 섬산 ②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리 (2020.7.17)

 

만재도 앞산

 

 

만재도 주민들은 장마철이 미역 철이라 새벽 5시부터 마을 공동작업을 한다. 미역 작업은 6월 하순부터 한 달 정도 하는데 낮에는 뜨거워서 하기 어려워 새벽에 모여서 한다. 미역은 미역 건조기에 말린다. 열보다 바람 비율이 더 많아 자연건조와 비슷하고 맛은 더 있다고 한다. 장마철에 하는 작업이라 자연건조는 하지 못하고, 장마철이 지나서 따는 미역은 질이 좋지 않다. 미역 철 전에는 해삼을 공동작업을 하고 철마다 일을 한다. 미역 철이 지나면 한가하다고 하는데 쉬기야 하겠는가. 부부가 새벽에 나갔다가 들어와 짧은 시간에 뚝딱 준비한 아침식사가 성찬이다. 미역국은 식감이 좋고 맛이 깊고 속이 시원하다.

 

아침 식사 후 배 떠나는 시간까지 남은 시간에 앞산으로 갔다. 큰산, 물세이산, 앞산. 산 이름이 정겹다. 민박집주인에게 산길 설명을 듣고 떠났다. 섬에서 물길을 건너서 산행을 하는 경우엔 물때를 잘 알아보고 가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물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바닷물이 줄자 앞산 가는 길이 드러났다. 큰산이나 물세이산 보다 수풀은 더 우거졌다. 길바닥이 보이지 않는 곳이 많고, 대숲이나 몇 곳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바닷가에는 갯까치수염, 말똥비름, 방풍나물 등 섬에서 나는 식물이 많다. 더 오르면 부처손, 눈향나무, 까마귀쪽나무 등 귀한 식물들이 자란다. 사람들 발길이 적고 자라는 환경이 좋아 식생은 큰산과 물세이산에 비해 다양하다. 숙소에서 출발이 늦어 앞에 보이는 산만 다녀왔다. 앞산 뒤에 더 높은 앞산이 있는 줄 몰랐다. 그 길로 더 가야 앞산 뒷면에 있는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는데, 시간이 애매하여 포기하였다. 거기를 다녀오려면 최소한 세 시간은 준비해야 했다. 하산해서 보니 다른 산행팀은 우거진 대숲을 통과하지 못해 포기하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민박집 아주머니가 또 성찬을 차려놓았다. 어제는 통발에 문어를 꺼내왔더니, 오늘은 꼼장어를 가져오고 처음 맛보는 거북손도 따왔다. 내용물도 좋지만 손도 크다. 민박집주인 부부와 같이 식사를 하였다. 인정스럽게 거북손을 직접 까서 주신다. 민박집 부부는 섬에 살면서 1987년부터 전기가 들어와서 빨래하기가 쉬워졌고, 필요한 물품은 목포에 있는 단골 가게에 주문하면 다음날 배로 들어오고, 위급 시 목포까지 헬기로 병원 가는데 45분 걸리는 등 불편한 것은 없다고 한다. 겨울이나 명절에 육지로 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지낼만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유인도 470개 중에는 130개가 무인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인구가 노령화되고, 교통, 병원 등 인프라가 부족하여 유입되는 인구가 없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문인 김창협은 산수를 보는 것은 마치 성인군자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는 산중에서 최고의 성인은 금강산이라 하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곳서 만난 성인군자는 만재도 산이다. 산 안에 들어서 보나 바깥에서 보나 그 품이 넉넉하고 균형이 잡힌 앉음새이다. 큰 배가 올 시간이 다 되어 종선에 올랐다. 선착장에서 있는 것보다 종선에서 기다리는 일이 기다림이 더하고 묘하다. 앞산에 있는 주상절리 말고 또 다른 주상절리가 슬쩍 보인다. 지금 하지 못하면 영원히 못할 수도 있지만, 만약에 다시 만재도에 온다면 큰산과 물세이산을 오르고, 주상절리를 보러 앞산에 다시 올라야겠다. 그저 쉬어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섬에 들어왔는데 깊은 인상을 받고 떠나는 섬이다.  

 

※ 만재도에서 오후 1시 종선에 타고, 1시18분 쾌속선에 승선, 4시 목포항 도착

   만재도에서 목포행 승선권은 쾌속선 승선 후 선내 매점에서 구입한다.

 

 

 

만재도 일출

 

 

꽃게

 

 

미역작업하는 주민들

 

 

물세이산

 

 

해파리

 

 

갯까치수염

 

 

계요등

 

 

 

우리가 올라간 앞산

 

 

더 앞에 있는 앞산

 

 

앞산에서 본 큰산

 

 

물세이산

 

 

 

 

앞산을 가까이서 보니 사자가 엎드린 모습이다

 

 

앞산 뒤쪽 주상절리가 있는 섬

 

 

앞산과 주상절리가 있는 섬 부근

 

 

쾌속선에 종선을 대고

 

 

종선에서 내려 큰배에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