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간정(淸澗亭)
남쪽 땅 가장 북쪽에 있는 관동팔경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2020.8.17)
조선시대에는 서울 경기를 관내(關內)라 하고 그 동쪽을 관동(關東)이라 했는데, 실제론 대관령 동쪽을 관동이라 부르고 있다. 관동팔경(關東八景)은 대관령 동쪽 여덟 명승지로 모두 동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통천에 총석정, 고성에 삼일포, 간성에 청간정, 양양에 낙산사, 강릉에 경포대, 삼척에 죽서루, 울진에 망양정, 평해에 월송정을 일컫는다. 총석정과 삼일포는 이북에 있으니 남북 분단 후 청간정이 가장 북쪽에 있는 관동팔경이다. 고성이 남북으로 나뉘고, 간성은 고성 안에 있는 곳이라, 보통은 청간정을 넓은 행정구역인 고성에 있다고 말한다.
관동별곡이 여덟 경치로 정착한 것이 언제인지 모르나 고려 안축의 경기체가인 관동별곡, 조선 선조 때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그 연원을 찾고 있다. 그러나 가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관동별곡으로 요약한 것은 아니다. 17세기에서 18세기 무렵 기행의 풍류로 시가를 전달하면서 팔경으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그림으로도 관동팔경을 남긴 후, 금수강산은 본격적으로 아름다움과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설악산과 금강산의 경계인 미시령을 넘어오면 왼쪽에는 전설에 나오는 금강산 바위 경쟁에서 한발 늦은 울산바위가 있고, 미시령에서 더 내려가면 동해바다가 가까워진다. 바다 가까이 내려와 속초시를 벗어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인 간성 쪽으로 십 리를 가면 오른쪽으로 바다 옆 낮은 동산에 청간정이 있다. 설악에서 내려오는 냇물은 이름대로 맑은 청간천(淸澗川)인데, 그 내 옆에 있어 청간정이라 했다. 솔숲 사이로 누정이 보인다. 2칸으로 된 옆면으로 누대에 오르는 층계가 있고, 3칸은 정면으로 바다를, 뒤로는 설악을 볼 수 있고, 다른 옆면은 천진해수욕장을 향하고 있다.
청간정을 처음에 언제 세운지는 알 수 없으나, 조선 중종 15년(1520년)에 고쳐 지은 기록이 있고, 조선 후기에 불타서 일제시대에 세운 것을 1981년 해체 복원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 누정에서 조선의 명필 양사언, 문장가 정철, 숙종이 명승을 노래하였고, 그림으론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이 그린 청간정과 단원 김홍도의 청간정이 남아 있다. 겸재의 청간정 그림은 파도가 부드럽고, 바위는 울퉁불퉁 힘이 있다. 그림에 과장된 면은 있으나 붓선은 경쾌하고 대범하다. 단원의 청간정 그림은 세밀하고 부드럽다.
몇 년 전 나도 꼭두새벽에 이곳에 찾아와 일출을 보고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산과 바다가 만나는 끝머리에서 일출을 보면 어찌 감흥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청간정은 모두가 다 아는 일출 명소로 앞뒤가 터져서 앞으로는 넓은 바다가, 뒤로는 외설악이 건너 보이는 호쾌한 장소이다. 누정에 앉아 있으니 바다 바람이 불어와 시원하다. 푸른 바다는 눈을 적시고, 시원한 바람은 온몸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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