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순봉 (玉筍峯)
단양팔경. 깎은 듯이 서 있는 죽순 같은 바위봉
충북 제천시 청풍면 수산리
2023.10.1. 맑음. 9.3~21.9℃
단양팔경 옥순봉과 구담봉은 단양과 제천시 청풍면 경계에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제천인데 단양팔경에 들어가 있다. 사연은 이러하였다. 예전에 한양에서 단양을 갈 때는 뱃길로 가는 편이 쉬웠다. 퇴계가 단양군수로 부임할 때도 배를 탔다. 충주와 청풍을 지나 단양으로 가면서 처음 만나는 곳이 옥순봉이다. 퇴계는 단양팔경을 정하면서 일곱 곳을 정한 후 옥순봉을 팔경에 넣고자 청풍부사에게 옥순봉을 달라고 청하였다. 청풍부사는 거절하였고, 퇴계는 단구동문(丹邱洞門) 넉자를 써서 옥순봉 아래에 새겨 단양의 경계로 삼았다. 당시에는 청풍과 제천이 다른 행정구역이었고, 나중에 청풍이 제천에 통합되었다. 그래서 옥순봉은 여전히 제천땅이다.
옥순봉을 보는 방법은 청풍나루나 장회나루에서 배를 타고 보거나, 산에 직접 오르거나, 출렁다리 쪽에서 보는 방법이 있다. 청풍나루는 제천 청풍문화재단지에 있고, 사인암에서 충주 방면으로 가다가 보면 유람선을 타는 장회나루가 있다. 그곳을 지나 구담봉옥순봉주차장은 산에 가는 사람들이 내릴 주차장이다. 다시 길을 더 가면 옥순봉 출렁다리주차장이 나온다.
옥순봉은 옥같이 푸르고 대나무 순같이 생겼다고 붙인 이름이다. 깎은 듯이 서 있는 죽순 같은 바위봉은 우뚝하다. 퇴계는 옥순봉을 보고 '그 빛은 푸르고 혹은 희며, 등나무 같은 고목이 아득하고 침침하여 우러러볼 수 있어도 만질 수는 없다. 이 바위를 옥순봉이라 한 것은 그 모양에서 연유한다'라고 하였다. 옥순봉은 청풍에서 상류로 올라가면 병풍을 접은 것 같고, 하류로 내려가면 병풍을 펼친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조 황준량은 배가 옥순봉을 지나는 모습을 보고 '조각배 탄 사람이 병풍 속으로 들어간다.' 하였다. 퇴계 부임 200여 년 뒤 정조 때 단원 김홍도는 연풍현감으로 부임하였다. 그는 단양팔경을 다니며 '옥순봉도'를 그려 「병진년화첩」(1796년)에 남겼다.
출렁다리를 건너 주민의 안내로 옥순봉에 올랐다. 별로 높지도 않고 길도 어렵지 않다. 산봉우리는 기복과 굴곡이 절묘하고, 청풍호 푸른 물결은 산자락에 들락날락하며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산은 높다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앉음새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 이를 이른다. 그렇게 옥순봉을 오르니, 먼 곳 산길로 구담봉을 돌아서 걷고 싶고, 배를 타고 가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퇴계가 새긴 글씨는 물이 많을 때는 물에 잠긴다고는 하나 배에서 보는 산그림자 드리운 봉우리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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