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몸에 붙어 씨를 퍼뜨리는 풀
도깨비바늘, 도둑놈의갈고리, 도꼬마리, 참반디, 짚신나물,
큰뱀무, 파리풀, 주름조개풀, 쇠무릎, 미국가막사리, 멸가치
생물에게는 후손을 퍼뜨리는 것이 중요한 생존전략이다. 씨앗이 사는 방법은 어미에게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다. 종자에 날개를 달아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것, 다른 것에 달라붙어 이동하는 것, 씨앗이나 포자 주머니가 터져서 날아가는 것, 향기로운 과육으로 유혹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도 식물의 씨앗은 싹을 틔울 때까지 기다린다.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며 새 생명을 씨앗 속에 간직하고 있다.
가을에 산에 갔다가 내려오면 옷이나 배낭에 달라붙어 있는 씨앗이 있다. 무임승차로 다니는 씨앗이다. 동물이나 다른 것에 붙어서 이동하는 씨앗은 도깨비바늘과 짚신나물, 파리풀, 주름조개풀은 흔하고, 큰뱀무, 도둑놈의갈고리, 도꼬마리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밖에 쇠무릎, 미국가막사리, 참반디, 사상자, 멸가지도 그런 종류의 식물이다. 가시돌기가 있어 달라붙거나 식물에 접착액이 있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눈에 띄면 떼어내거나 어느 정도 이동하면 탄력을 잃어 떨어진다.
도깨비바늘은 9월 중순이 되면 열매가 벌어지며 밖으로 나온다. 열매는 손가락 반쯤 되는 길이로 바늘처럼 뾰족하고 딱딱하다. 그 끄트머리에 갈고리 4개가 있고, 뾰족한 바늘 끝과 몸통에도 잔 가시가 있어, 지나가는 짐승 털이나 사람 옷에 착 달라붙는다. 도깨비같이 붙어 도깨비바늘이라 하고, 도둑놈같이 쥐도 새도 모르게 온다고 도둑놈풀이라고도 한다. 딱딱한 열매가 깊게 달라붙어, 떼어내야 할 정도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도둑놈의갈고리는 잎이 셋이 모여 하나의 큰 잎이 되고, 큰도둑놈의갈고리는 5~7개의 잎이 하나의 큰 잎이 된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이름 개도둑놈의갈고리도 있다. 열매를 보면 안경 모양인데, 만져보면 끈적끈적하다. 끈적한 잔털을 달고 있다. 그렇게 열매를 준비하고 기다리다가 스쳐 지나가는 동물이 있으면 척 달라붙어 희망의 무전여행을 한다.
도꼬마리 열매는 타원형으로 갈고리 같은 돌기를 하고 있고, 큰도꼬마리는 긴 가시가 촘촘하며 위쪽에 뿔 모양의 돌기가 2개가 있다. 아예 단단히 작정을 하고 붙을 태세이다. 찍찍이라 부르는 벨크로(접착고리)는 도꼬마리 열매가 동물에 달라붙는 것을 보고 만든 모방작이다. 참반디도 도꼬마리보다는 작지만 역시 둥근 열매에 갈고리가 달려 있다. 마르면 돌기가 꺼끌꺼끌하여 동물 털에 잘 달라붙는다. 쇠무릎은 줄기 마디가 소의 무릎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열매가 긴타원형으로 삐죽 나와 동물에 잘 달라붙는다.
파리풀은 7~9월에 피는 하얀 꽃이 지면 열매가 달리는데 갈고리 모양이다. 파리풀이란 이름은 뿌리즙을 종이에 먹여 파리를 잡는데 썼다고 붙은 이름이다. 짚신나물도 올망졸망 열린 조그만 열매가 잘 달라붙는다. 예전에 짚신을 신고 다녔을 때 짚신에 잘 붙는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멸가치는 길가에 나지막이 자라는 풀로 여름에 피던 흰색 꽃이 지면 방사선 작은 열매가 달린다. 열매에 끈적적한 돌기가 있어 사람이나 동물에 붙는다. 커다란 나무나 풀도 시작은 티끌 같은 씨앗에서 시작한다. 식물마다 이렇게 기다리며 각고의 노력 끝에 결실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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