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둘레길 4.
수악길 B / 수악에서 사려니오름 입구까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
수악-이승이오름-사려니오름 입구
이동거리 8.3㎞. 3시간 20분 (2020.11.16)
아침에 잠시 내렸던 비가 그쳤다. 한라산 정상은 여전히 구름이 가리고 있다. 수악 입구까지 걸었던 한라산둘레길을 이어서 걸었다. 수악길 초입은 삼나무가 울울창창하다. 삼나무는 일본이 원산인 나무인데, 삼(杉)이란 말이 '곧은 나무'라는 뜻처럼 나무는 곧다. 나무가 쑥쑥 커서 제주도 사람들은 쑥대나무라 부른다. 삼나무는 제주 주민들과 뗄 수 없는 나무다. 삼나무는 바람으로부터 감귤을 막는 방풍림이 되고, 감귤을 담는 플라스틱 상자를 쓰기 전에는 삼나무로 상자를 만들었다.
수악(물오름)은 산정화구에 물을 찾을 수 없었던 오름이었다. 오름 이름을 지었을 때는 물과 연관이 있었을 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수악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비 온 후라 길이 촉촉하다. 바닥에는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있고, 나무 밑동에는 이끼가 더덕더덕 붙어 있는 원시 숲길이다. 한라산은 북쪽에 비해 남쪽이 경사가 완만한데, 한라산둘레길은 동쪽으로 갈수록 완만하다. 다른 한라산둘레길에서는 분출한 현무암과 풍화한 푸석 돌이 널려 있어 걷기가 불편한 곳이 더러 있는데 비해, 수악길은 그런 곳은 거의 없다.
수악길 중간에 이승이오름이 있다. 표고가 529m, 비고가 114m로 그리 높지 않다. 몇 년 전 여름에 목장길을 따라 이승이오름에 올랐을 때는 산수국이 아름답게 피었던 곳이었다. 우리말로는 이승이오름 또는 이슥이오름이라 하고, 한자로는 이승악이라 쓴다. 오름 모양이 삵(살쾡이)을 닮아 그렇게 부른다는데, 제주말로 '삵'을 '식' 또는 '슥'이라 하고, 한자말로는 이(狸)가 살쾡이다. 오름에 오르면 전망이 트였다. 앞으로는 사려니오름이 보이고 그 너머로 넙거리오름이 있다. 한라산 오를 때 성판악 주차장 건너 오름이 넙거리오름이다. 북쪽으로는 보리오름이 보이고, 동으로는 논고오름이 있다. 사려니오름 이외에는 오름 전문가들이 찾는 오름이다.
이승이오름에서 내려와 사려니오름 입구로 가는 숲길은 넓고 평탄하다. 그래서 나이 드신 분이나 간편 차림을 하고 걷는 분들을 볼 수 있다. 한라산둘레길 뿐만 아니라 여러 숲길 중에서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사려니숲길 갈림길로 들어오는 길 외에도 이승악 탐방 휴게소에서 서성로(1119번 도로)를 건너 걸어올 수도 있다. 오름과 둘레길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숲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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