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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섬 이야기/제주도

장생의 숲 / 절물휴양림 치유의 숲길

향곡[鄕谷] 2020. 11. 28. 14:30

장생의 숲

절물휴양림 치유의 숲길

 

절물휴양림 주차장-장생의 숲 입구-연리목-절물오름-장생의 숲 출구-절물휴양림 주차장

이동거리 약 12㎞. 이동시간 3시간 20분 (2020.11.18)

제주시 봉개동

 

 

 

장생의숲 삼나무 숲길

 

 

 

절물휴양림은 한라산 북동쪽에 있는 휴양림으로 한라산 올라가는 성판악이나 관음사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다. 오늘은 절물휴양림 안에 있는 장생의 숲을 걸었다. 장생의 숲길에서는 절물오름도 이어서 오를 수 있다. 아침에 서귀포에서 일출을 보고 떠났는데, 오는 도로는 안개가 자욱하고 바람까지 불었다. 어젯밤에 한라산 북쪽에는 비까지 내렸다고 한다.

 

장생의 숲은 길이 젖었으나 물기가 그리 많지는 않다. 땅으로 스며들었는 모양이다. 길은 이끼 낀 원시 삼나무 숲에서 시작한다. 떨어진 삼나무 잎을 밟고, 돌과 송이는 거의 없는 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없애려고 그러한 길은 돌아서 가도록 만들었다. 한라산 둘레길보다는 오르내림과 돌이 없어 쉽고, 올레길보다는 숲이 많아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사려니숲이 신작로라면 이곳은 오솔길이다.

 

이끼는 수피를 덮고, 삼나무 사이로 이따금 내려오는 빛은 아름답다. 숲길에 드면 세상 일을 잊을 수가 있다. 불노(不老)는 어렵겠지만 장생(長生)은 희망할 수 있는 길이다. 여유를 가지고 걸을 길이다. 바람에 붉은 잎이 성글어가고, 바람에 가을 소리를 듣고 걷는다. 한라산으로 떠난 친구가 강풍주의보로 올라갈 수 없다고 연락이 왔다. 바람소리 요란하여 우듬지를 흔들고 지나가도 높은 구름은 그래도 한가롭다. 세상 요란함은 낮은 곳에 일인 모양이다.  

 

장생의 숲은 11.1㎞인데, 7.5㎞ 지점에서 절물오름(높이 658m) 오르는 길이 있다. 왕복 500m 정도 되는 길이다. 오름 전망대에 서니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세고, 한라산은 구름에 가려 볼 수 없었다. 하늘에서 부는 바람에 정수리가 시원하다. 정수리가 하늘이고 하늘이 정수리였다. 얼음이 쩍쩍 갈라지는 겨울산 못지않게 세찬 가을바람을 맞으며 올라온 오름도 기억에 남을 일이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아름다운 기억은 간직할 수 있다. 기억에 남을 시간여행을 하였다. 자연 속에서 걷는 길은 그러한 과정이다.

 

나머지 구간도 대체로 완만하다. 길은 한쪽 방향이라 사람들과 마주 칠 일이 없다. 바람소리는 여전하나 숲 속에는 바람이 없다. 이끼 낀 길을 돌아 넓은 조릿대 숲으로 나오니 아쉬운 도착점이다. 장생의 숲 도착점은 출발점과 가까운 곳에 있다. 절물이 절간에 있는 물이란 뜻이라는데, 암자와 약수터가 있고 까마귀들이 물속에서 목욕을 하며 물을 즐기고 있다. 제일 좋은 운동은 걷는 것이고, 나이 먹으면서 아름다워지는 방법은 행복한 기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는데, 그것을 충족할 숲길이다.  

 

※ 참고 : ① 장생의숲은 날씨에 따라 통제하기도 한다.

            ② 화장실은 출발지점에서 2.5㎞에 한 곳만 있고, 가게는 없다.

 

 

 

삼나무 원시림

 

 

산벚나무와 고로쇠나무 연리목

 

 

천남성

 

 

절물오름 가는 길

 

 

한라산은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 절물오름 전망대에서

 

 

제주항이 보이는 곳 / 절물오름 전망대

 

 

줄사철나무 열매

 

 

잣성

 

 

묘지와 산담

 

 

조릿대밭

 

 

까마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