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섬 이야기/제주도

한남리 머체왓숲 소롱콧길 / 오붓하게 걷는 서중천 숲길

향곡[鄕谷] 2020. 12. 2. 11:48

한남리 머체왓숲 소롱콧길

오붓하게 걷는 서중천 숲길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안내센터-중잣성-편백낭치유의숲-서중천습지-올리튼물-안내센터

이동 거리 6.3㎞. 이동시간 2시간 30분

 

 

 

머체왓숲 소롱콧길 잣성

 

 

머체왓 소롱콧길은 동남아 어느 나라 말 같은 제주도 숲길 이름이다. 걷고 싶은 마을길 사업의 하나로 최근에 만든 숲길이다. '머체'는 돌이고, '왓'은 밭이다. 소롱콧의 '소롱'은 소룡(小龍)으로 '작은 용'이란 뜻이고, 콧은 '숲이 있는 곳'인 곶'이 격음화 되어 '콧'이 되었다. '곶'은 '콧'이나 '고지'로 옮겨갔다. 소롱콧길은 길을 이어 보면 용을 닮았고, 그 크기가 작다는 의미다. 결국 머체왓 소롱콧길은 '작은 용처럼 생긴 돌밭길'이라는 뜻인데, 걸어보면 돌밭은 아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늦가을에 머체왓숲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 메밀꽃은 다 졌으나 모이니 아름답다. 한라산이 배경이 되어 아름다웠을 텐데 하늘은 흐려 보이지 않는다. 비바람이 잠시 몰아쳐 우산을 흔들어댄다. 숲으로 들어서니 바람도 비도 가벼워졌다.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었을 숲이다.  삼나무 숲을 들어서니 돌담이 길게 이어졌다. 농경지와 목축지를 구분하고, 마소의 이동을 막는 잣성이다. 중잣성은 해발 350~400m에 쌓은 잣성이니 꽤나 올라와 있다. 땅을 경계 지은 것이 담인데, 밭을 두른 것은 밭담, 무덤 둘레는 산담, 집 둘레는 울담 등 제주에는 돌담이 많다.

 

비는 계속 주적주적 내린다. 떨어진 삼나무 잎 무더기 사이로 물이 고인다. 삼나무 숲을 지나니 편백나무숲이다. 날이 개이면 향기가 있을 테고 나뭇잎 밟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쉼터를 돌아 나오면 서중천을 따라서 나오는 길이다. 서중천은 흙붉은오름에서 시작하여 이곳 머체오름을 지나 남원으로 흘러가는 제주에서 세 번째로 큰 하천이다. 제주의 하천은 화산지형상 물이 지하로 흘러들어 스몄다가 올라와 작은 내(川)나 소(沼)를 이루는데, 서중천은 비가 온 뒤라 물이 조금 있다. 물가는 이끼가 끼고, 하천 안쪽은 공룡뼈처럼 생긴 바위들로 되어 있다.

 

서중천이 있는 숲길은 커다란 나무가 울울창창하다. 참꽃나무와 황칠나무 군락지가 있다는데 비가 와서 살펴보지 못하였다. 서중천 길에 '올리튼물'이라는 곳이 있다. '올리'는 '오리'이고, '튼'은 '뜨다'의 제주말이다. 오리가 자리 잡고 사는 곳이란 뜻이다. 오리는 없고 대신 단풍잎이 떨어져 아름답다. 울퉁불퉁 하천이 작은 용이 살기 좋은 모양새일지는 모르겠다. 숲길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오붓하여 걷기에 좋다. 머체왓 숲길이 따로 있지만 휴식년이라 걷지 못하였다. 그곳과 같이 이어서 걷는다면 좋을 것 같다.        

 

 

 

초록색 머체왓숲길은 휴식년제, 노란색 머체왓소롱콧길을 걸었다

 

 

안개 낀 메밀밭

 

 

편백나무 숲

 

 

 

서중천을 따라 걷는 숲길

 

 

올리튼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