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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걸어서 보는 세상/서울 걷기 좋은 길

서울 남산둘레길 / 소나무가 우뚝한 도심 산길

향곡[鄕谷] 2020. 12. 7. 11:18

 

서울 남산 둘레길

소나무가 우뚝한 도심 산길

 

동대입구역-장충단공원-남산 약수터-소월길-남산도서관-안의사 광장-와룡묘-장충단공원-동대입구역

이동거리 9.5㎞. 이동시간 3시간 20분 (2020.12.3)

 

 

 

 

 

 

 

서울 남산은 예로부터 서울의 중심지였다. 조선시대에는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을 묶어 내사산(內四山)이라 하여 그 능선을 따라 한양도성을 쌓았다. 그만큼 소중하게 여기던 산이다. 남산은 일반화된 이름이고, 본명이 목멱산(木覓山)이다. 고어로는 '마뫼'라 부른다. '마'는 남쪽을 뜻하는 우리말이고, '뫼' 또는 '메'는 산의 우리말이며, 목멱은 '마뫼'의 한자음 표기다. 조봉(祖峯)인 삼각산으로부터 내사산이 모두 백색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암산인데, 목멱산인 남산은 토산(土山)으로 바위도 검고, 수목은 울창하다. 북쪽에 있는 산들은 불꽃처럼 뾰족한데, 남산은 책상을 놓은 것처럼 나지막하여(해발 262m) 순하다. 그래서 풍수지리상으로 안산(案山)이라 한다. 남산이 높거나 없었다면 꽉 막히듯 하였거나 허전하였을 것이다. 

 

남산에 있는 둘레길을 걸었다. 남산은 경치가 좋아 예로부터 구경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 사람들이야 남산에 잘 안 간다고 하는데, 예전에 서울에 오면 남산에 올라가 서울 구경하는 일이 흔히 있는 일이었다. 남산 둘레길은 기존 순환도로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남쪽으로는 찻길을 벗어나 걷는 길이 대부분이다. 장충단공원을 지나서 오른다. 장충단은 을미사변 때 순국한 대신과 장병을 제사 지내기 위해 세운 최초의 국립묘지였었는데, 일제와 전쟁 때 소실되어 글씨만 남고 그 자취는 없어졌다. 산길에 올라 동쪽으로 향했다. '양지바른 고개'란 뜻의 버티고개가 보이는 곳이 남산 성곽으로 올라가는 길과 둘레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늦가을 정취가 남아 있고, 국립극장 입구까지는 걷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나무는 잎이 지고, 애국가 가사처럼 남산 위에 저 소나무 푸르고 우뚝하다. 야광나무 열매는 마르고, 물가에 남천 열매는 햇빛을 받아 더욱 붉다. 남산 약수터를 지나 남산타워 바로 앞까지는 편안한 숲길이다. 남산에는 조선 태조 때부터 목멱대왕을 모시는 목멱 신사가 있었는데, 나라에서 제사 지내는 사당이라 하여 국사당(國祀堂)이라 하였다. 일제가 조선신궁을 세우면서 국사당은 인왕산으로 옮겼다. 소월길을 돌아 남산도서관 그리고 안의사 광장으로 올라선다. 돌에 새긴 안중근 의사의 글씨가 난세에 가슴을 파고든다.

 

안의사 광장 아래가 백범광장이고, 그 아래에서 백사 이항복과 다산 정약용이 한때 살았고, 남산 순환도로 아래 필동에는 순절한 사육신 박팽년과 탁월한 정치가 류성용 집이 있었고, 남산의 풍수 용이 뻗은 인현동 마른 냇가는 이순신의 생가였으며, 또 필동에는 선조 때 시인 권필이 저항시로 첫 문학 순교를 한 동악 시단이 있다. 벼슬도 없이 나막신을 신고 지낸다는 '남산골 딸깍발이'나 가난에 오기만 남은 선비라고 비아냥되며 부르던 '남산골샌님'도 이곳 남산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샌님'은 생원님의 준말로, 남산에는 불우한 양반이나 과거에 떨어진 샌님들이 많이 살았던 모양이다. 남산은 그런 사람들의 삶터였고 쉼터였다.

 

다시 순환도로 길을 걷는다. 겸재 정선이 만년에 그린 '목멱산'에서 특징적으로 그린 잠두봉이 보인다. 다시 산 밑으로 들어서면 와룡묘이다. 유비를 도와 촉한을 세운 제갈공명의 사당인 와룡묘이다. 나라에 힘이 없을 때 청나라가 강요하여 관우의 동묘와 더불어 이곳을 세운 모양이다. 점심시간이어서 부근에서 올라와서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나와 걸으니 길도 활기가 넘친다. 길거리 갤러리에서 사진도 감상하고, 아직 남은 단풍빛도 즐길 수 있었다. 여느 길처럼 기분 전환의 길이다. 난세와 우환을 물리치고 모두 같이 걸었으면 좋겠다.

 

 

※ 교통편 : 서울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6번 출구

 

 

 

 

남산둘레길 (붉은색 표시)

 

 

한양도성 남산성곽

 

 

야광나무

 

 

남천

 

 

남산약수터에서 소월길 가는 길

 

 

남산타워

 

 

남산도서관과 이퇴계선생 동상

 

 

안의사광장

 

 

안의사광장에서 내려오는 층계

 

 

제갈공명 사당인 와룡묘

 

 

길거리갤러리

 

 

북악산과 북한산이 보이는 곳

 

 

북측 남산순환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