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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우리도 산처럼/강원 충청 산

새덕산 / 자라섬과 남이섬을 보며 걷는 흙산

향곡[鄕谷] 2021. 9. 24. 12:41

새덕산(塞德山. 490m)

자라섬과 남이섬을 보며 걷는 흙산

 

굴봉산역-백양1리마을회관-MTB길 안내판-기도원-능선-임도-골무봉(463)-삼거리-괭이봉(410)-한치고개-백양2리 샛말부근

이동거리 11.6㎞. 이동시간 4:07. 휴식시간 1:25. 계 5:32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백양리 (2021.9.23. 맑음. 15.9~24.9℃)

 

 

 

가을비가 한두 차례 지나간 후라 아침 기온이 훅 내려갔다. 옷차림을 갖추기 애매한 때이니 얇은 옷을 몇 벌 준비하는 것이 낫다. 뭉게구름이 떠 있고 산빛과 하늘빛은 푸르다. 굴봉산역에 내리는 사람은 없다. 코스모스가 아예 드러눕다시피 하고 윤기 나는 알밤이 길가에 뒹굴고 있다. 단풍잎돼지풀도 더불어 많다. 이 풀은 생태교란종이지만 모두 바빠서 없앨 여력은 없는 듯하다. 백양1리마을회관을 지나 MTB 자전거길로 들어섰다. MTB길은 중간중간 안내표지가 있지만 새덕산은 굴봉역 옆에 안내판이 있고 그다음엔 산 안내판을 찾기 힘들다. 오늘은 그런 길을 갔다.

 

마을 밭에는 깻잎 향이 진동을 한다. 마을 노인은 밭으로 들어오는 칡덩굴을 걷어내고 있고, 이제는 역할을 잃은 호롱기가 길 옆에 서 있다. 까실쑥부쟁이가 산 아래로 휘늘어지고, 물봉선과 선괴불주머니가 길을 메우고, 개다래 열매는 보석같이 영롱하다.  전철을 타고 내리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즐거운 일이다. MTB길을 옆으로 하고 다른 임도로 올라갔다. 기도원 쪽으로 올라갔더니 더 이상 올라갈 길이 없다. 얽힌 잡목 사이를 잠시 헤치고서 드디어 희미한 능선에 올라섰다.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닌 흔적은 아니나 다닐 만하다.

 

오른쪽으로 자라섬과 남이섬이 있는데, 가끔 힐끗 보일 뿐 나무가 우거져 풍경을 감상할 수는 없다. 길에는 알밤이 떨어져 있어도 그것을 가졌다간 무게를 이기지 못하니 보고만 지나친다. 산길엔 굴참나무와 산초나무가 줄을 섰고, 도토리는 너무 많아 서너 걸음 걸으면 금방 한 되는 될 정도이다. 참나무 왕국이 이곳이다. 떨어진 도토리가 너무 많아서 동물들이 어디 갈무리해둘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비슷한 높이의 산이 계속된다. 오르내려도 계속 그런 비슷한 산이다. 표시가 없으니 어디가 정상인지 알 수가 없다. 국립지리원 지도를 들고 와도 비슷한 지형에 정상을 분간할 수도 없고, 네이버 지도는 상당히 떨어진 곳을 정상으로 삼고 있다. 모두 표시가 없고 산 애호가들이 써놓은 다른 봉우리 이름으로 짐작을 할 뿐이다. 지형 전문가가 동행하여도 표시가 없으면 한계가 있다.

 

그러다가 임도가 있는 한치고개에 내려섰다. 그제야 멀리 왔다는 것을 알았다. 구곡폭포가 있는 문배마을 쪽으로 가기도 멀고, 다시 임도를 따라 굴봉산역 쪽으로 걸었다. 이십여 리는 될 것 같다. 이럴 때는 꽃구경을 하면서 가는 것이 좋다. 까실쑥부쟁이, 쑥부쟁이. 미꾸리낚시, 미국쑥부쟁이, 물봉선, 족제비싸리 등 산길에 없던 꽃과 열매가 줄을 섰다. 늘어진 다래와 칡은 나무에겐 치명적이지만 그것들도 풍성하다. 산에서 일하고 내려오던 농부 부부가 트럭을 몰고 오기에 도움을 청했더니 굴봉산역까지 태워주었다. 산길이 애매하며 많이 지나쳤던 걸음이 농부님 덕분에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트럭 짐칸에서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맞는 바람의 맛을 어찌 다시 느낄 수 있겠는가?  

 

 

※ 교통편 : (왕복) 경춘선 상봉역 - 굴봉산역

※ 산행지도 : 아래 참조

 

 

가지고 간 지도는 새덕산과 한치고개 거리가 멀다

 

새덕산 걸은 길 (청색) / 굴봉산역-새덕산-한치고개- 임도(붉은 점)까지

 

새덕산 들어서는 길

 

역할을 잃어 길거리에 있는 호롱기

 

마을은 깻잎으로 향기가 넘친다

 

다래와 칡이 있는 산길

 

굴봉산이 보이는 풍경

 

산길 밖은 이렇게 가끔 보인다

 

가평쪽 산들이 보이는 풍경

 

가래나무

 

             

산길에는 이렇게라도 표시한 곳이 두 군데 뿐이 없다

 

한치고개

 

맞은편 능선을 타고 왼쪽 한치고개로 와서 임도로 굴봉산역 가는 길

 

족제비싸리 열매

 

까실쑥부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