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봉산(屈峰山. 395m)
경춘선 굴봉산역에서 원점 회귀하는 산
굴봉산역-서천분교-장승봉(196.3)-굴봉산-도치교-굴봉산역
이동거리 5.5㎞. 이동시간 2:41, 휴식시간 1:29. 계 4:10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백양리. 2021.10.7. 비(3.2mm) 온 후 갬. 16.8~21.4℃
경춘선 열차가 가평역을 지나 굴봉산역에 서면 바로 앞에 굴봉산이 보인다. 이곳에 전철역이 없을 때는 강촌역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하는 산이었다. 아직도 마을버스가 하루 다섯 번 다니는 오지이기는 하지만 전철역이 생기면서 산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사정이 달라졌다. 전철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산이 있고 원점회귀 산행을 할 수 있어서 가기가 좋다.
굴봉산역 북쪽에 있는 서천분교 맞은편에 2층 집으로 가는 길이 굴봉산 가는 들목이다. 산 안내도는 따로 없다. 사람 키보다 더 큰 맨드라미가 보초를 서고 있다. 작은 냇물 서사천을 건너면 이내 산길이다. 산길에는 물봉선 열매가 건드리면 톡 터질 듯 여물었다. 괴불주머니는 아직은 시퍼런 열매를 대롱대롱 매달고, 미국자리공은 검붉은 열매가 새까맣다. 중간중간 병든 나무를 베어서 비닐로 덮어 놓은 것이 줄이어 있어 나무의 삶도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비켜갈 것이 없다.
능선에 올라서니 산길이 편하다. 사람 사는 동족마을처럼 나무들도 모여서 산다. 개옻나무 동네를 지나면 쪽동백나무 동네가 있고, 산초나무, 누리장나무, 작살나무, 산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산다. 나무는 씨앗을 멀리 보내야 잘 살 수 있는데, 이곳은 터가 좁아서 그러한지 모여서 산다. 투구꽃이 지천인 경사진 곳을 지나 짧은 바윗길을 오르면 굴봉산 정상이다. 동쪽으론 북한강 줄기가 흐르고, 서쪽으론 새덕산 산줄기가 길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능선 위에 구름이 자리 잡고 있는 선계가 이곳이다.
산은 낮지만 나무와 바위나 산세가 깊은 산중에 들어온 것 같다. 장중한 바위가 소나무를 품고 있고, 벼랑 아래는 밑이 안 보인다. 하산길에 밧줄을 잡고 내려와야 하는 바윗길이 만만치 않다. 급경사 길 위에 진달래가 몇 송이 피었다. 신라의 한 노인이 수로부인을 위해 저렇게 높은 곳에 진달래를 꺾었을까? 이은상은 시조 '진달래'에서 '부끄러 부끄러서 바위틈에 숨어 피다 /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말더라' 하였는데, 진달래가 계절을 건너서 피었다. 하산은 진달래에 곁눈을 줄 정도로 편안한 산길은 아니었지만 그 진달래에 마음을 뺏겼다. 진달래가 핀 아래쪽에 굴이 2개 있다. 굴봉산은 산 아래 굴이 있어 굴봉산이라 했다는데 이곳이 그곳인 모양이다.
하산길은 도치골이 흐르는 산길 옆이라 축축하고 이끼가 많다. 이끼는 신비의 세상으로 인도할 식물이 아닐는지. 그 이끼를 따라가면 신비롭고 안온한 세상이 있을 것만 같다. 이끼 계곡 위로 육계봉 가는 길이라고 나무에 표시해 놓은 곳이 그러한 세상 속으로 들어설 곳처럼 보인다. 질경이가 길을 덮고, 둥근잎유홍초, 산괴불주머니, 가시여뀌, 쐐기풀 종류 등이 길가에 가득하다. 도치교까지 오면 큰길이다. 도치란 이름은 옛날에 산돛이 많아 지은 이름이라는데, '산돛'이란 말은 사전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돼지가 돝이니 돛이 돝으로 변하였다면 산돼지이다. 길가엔 코스모스가 져가고 뾰족한 열매가 맺혔다. 단풍이 이곳까지 올 날이 멀지 않았다. 단풍을 기다리는 세월은 낙엽 따라 또 가는 것이고, 세월은 바람 따라 또 가는 것이다.
※ 교통편 : 경춘선 상봉역-굴봉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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