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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우리도 산처럼/강원 충청 산

인제 매봉산 / 설악산 서쪽 너머 산

향곡[鄕谷] 2021. 11. 1. 10:12

 

인제 매봉산 (1271m) / 설악산 서쪽 너머 산

하나가 만 갈래로 갈라지는 것이 산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 휴양림-휴양림 계곡-북사면 능선-매봉산-북동 능선-휴양림

이동거리 11.4㎞. 이동시간 7시간 48분 (2021.10.28. 맑음)

 

 

우리나라는 국토면적(남한 기준)의 65%가 산지일 정도로 산이 많다. 나라마다 산의 기준이 다른데, 우리나라는 기복량(起伏量. 1㎞×1㎞) 기준으로 100m 이상인 지역을 산으로 보고 있다. 2007년 산림청 기준으로 산은 4440개이고, 산의 평균 높이는 482m이다. 그중 강원도는 산 면적 비율이 가장 높다. 산 많은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 백담사 입구 용대리를 지나 진부령으로 가는 길 서쪽에 매봉산이 있다. 설악산을 기준으로 서쪽이다. 매봉산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곳이 여럿 있는데, 산 이름으로는 봉화산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국사봉, 옥녀봉, 매봉산, 남산의 순이다. 산 이름은 주민들이 산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고, 그곳 사람은 산을 닮기도 한다.

 

전날 밤 별이 맑게 보이고 아침에 안개가 자욱하여 예상대로 하늘이 맑다. 설악산이 우람한 돌산인데 비해 매봉산은 흙산이다. 흙이 많으니 큰 나무 사이로 작은 나무를 채우는 효과가 있다. 설악보다 매봉산 아래가 단풍이 더 많고 붉다. 휴양림 아래 산책로를 1㎞ 정도 가다가 리본이 매달린 곳에서 길을 잡았다. 표지판은 따로 없다. 거기서 정상까지 3.7㎞ 외길이 휴양림에서 관리하는 길일 것 같다. 원점회귀로 한 바퀴 돌기로 하고 올라섰다. 휴양림에서는 원점회귀 길은 관리하지 않을뿐더러 길을 찾기 힘들 거라는 얘기였다. 오르는 길 북쪽은 최전방이니 조심하라는 얘기도 하였다. 길은 경사가 있고 낙엽이 떨어져 미끄러웠지만 올라갈만하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없을 정도로 길이 희미하지만 정상까지 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 나뭇가지가 내려왔다가 위로 꺾여 올라가는가 하면, 줄기와 가지가 떨어졌다가 붙기도 하고, 여러 형태로 기묘한 나무가 자주 보인다.

 

3시간 반 걸려 정상에 이르렀다. 사방이 동그랗게 산으로 에워싼 중간에 매봉산이 있다. 산이 우뚝 솟아 매봉산이라 이름을 지은 모양이다. 동으로는 설악산 서북능선에서 올라간 대청봉이 보이고, 뾰족뾰족한 공룡능선, 마등령을 지나 둥드렷이 올라간 황철봉, 거기서 쑥 내려간 미시령, 다시 올라간 상봉과 신선봉이 있고, 다시 내려가면서 마산봉과 진부령까지 한눈에 뚜렷이 들어온다. 눈을 북으로 돌리면 산마루가 톱니처럼 기다랗게 늘어섰다. 거기를 넘으면 최전방이겠다. 정상 부근에는 작은 나무들이 우거지고 풀들이 많다. 매발톱나무, 병꽃나무, 산꼬리풀, 세잎종덩굴 등 열심히 찾으면 열매 맺힌 풀들을 많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몇 시간 걷고 한참 머물러 있어도 오가는 사람이 없다.

 

정상으로 올라오던 길과 남교리로 가는 길은 알겠는데, 원점회귀로 한 바퀴 돌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준비해 간 지도로는 불명확하다. 내려갈 능선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더 내려갔다. 지능선으로 길을 잡고 내려갔더니 그도 아니었다. 하나가 만 갈래로 갈아지는 것이 산이요, 만 갈래가 하나로 모이는 것이 물이다. 잘못 든 길을 간다면 계속 잘못 가거나 오랜 시간이 걸릴 확률이 높다. 계곡에서 길이 끊어지며 벼랑이 나타나 다시 능선 위로 올라가며 목표점을 정하였다. 사람들이 안 다니는 곳 단풍은 왜 그리 더 붉은지 모르겠다. 앞산아 당겨라, 뒷산아 밀어라, 오금아 힘써라. 그렇게 큰 능선을 오르고 잡목을 헤치며 목표로 정한 높은 소나무가 있는 능선에서 내려섰더니 낡고 희미한 나무표지판이 나무에 걸려 있다. 경사가 있어 사람들이 안 다녀 길 관리를 안 했던 것 같다. 등고선이 있는 지도가 있었다면 길 찾기가 나았을 텐데 멀리 돌아서 걸었다. 덕분에 계곡도 걷고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하였다. 이번 산행에서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산행은 항상 준비가 필요하고 침착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발생 상황을 판단하고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여 최선의 대책을 세우고 같이 움직여야 한다. 자주 벌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서로의 믿음이 필요하고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매봉산 정상

 

옆 나무에 젖꼭지 물듯 하고 자라는 나무

 

나뭇가지가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고

 

참나무 겨우살이

 

나무 줄기가 옆으로 뻗다가 다시 위로 자라는 나무

 

연리목

 

붙었다가 떨어지고 또 붙고

 

 

같은 나무인데 두 줄기라 해야할지 다시 붙었다가 떨어졌다. 이런 나무들이 많다

 

설악산 귀때기청,대청봉,공룡능선,황철봉 (오른쪽부터)

 

미시령, 상봉,신선봉,마산봉, 진부령 (오른쪽부터) 마루금이 뚜렸하다

 

저 산능선 너머는 북녘땅이다

 

매발톱나무

 

하산길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희미하다

 

세잎종덩굴

 

큰 나무와 잡목이 헝클어진 길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고 다시 능선을 넘고

 

단풍나무

 

매봉이란 안내표지가 나무에 묶여 있다

 

하산 마지막 산길

 

휴양림에서 산책로를 따라 1㎞ 지점(1번)에서 오르면 매봉산까지 3.7㎞이다. 매봉산 정상을 지나 3번에서 내려오는 하산길은 불명확하다. 3에서 4로 바로 내려와야 하는데. 점선으로 돌아서 걸었다. 5번에는 나무에 매봉-휴양림이라 적은 희미한 나무표지판(사진 참조)이 걸려 있다. 하산하면 6번이 숲속의집이다. 6번으로 올라가서 매봉산정상을 갔다가 1번으로 내려오면 길 잃을 염려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