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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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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산 / 실레 이야기가 있는 산길

향곡[鄕谷] 2024. 3. 20. 11:56

금병산 3

 

금병산 (錦屛山. 652m) 

실레 이야기가 있는 산길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김유정역 - 금병의숙터 - 만무방길 - 금병산 정상 - 동백꽃길 - 김유정문학촌 - 김유정역

이동거리 8.6㎞. 이동시간 3:52. 휴식시간 1:12. 계 5:04 (2024.3.19. 대체로 흐림. 3~8℃)

 

 

 

 

 

금병산에 둘러 싸인 실레마을은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이다. 산에 둘러 싸인 마을이 떡시루 같다고 하여 '실레'라 했다.  김유정역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서 금병산으로 올랐다. 산 아래는 올괴불나무가 많다. 이제 막 꽃이 피고 있다. 꽃이 일찍 피고 열매도 일찍 맺어 '올'이고, 열매 모양이 어린아이가 차고 노는 세모모양 노리개인 괴불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연분홍 꽃색에 빨갛게 달린 꽃술이 예쁘다. 

 

만무방길로 들어섰다. 예의와 염치가 없는 사람을 만무방이라 한다. 김유정 소설 '만무방'에서 응칠이가 소나무 숲으로 가서 송이를 따던 곳이다. 개울이 길게 이어지는 산길에는 제비꽃이 띄엄띄엄 피었고. 달래는 마른 풀잎 사이에서 파릇파릇하다. 산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부드럽다. 금병산 표시가 2개가 있는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 조금 돌아가서 멀지만 편하다. 계곡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 있어 바람꽃이라도 볼까 하였으나 눈에 띄지는 않았다.

 

능선에 올라서니 눈발이 조금 날린다. 비 예보가 있더니 그 보다는 눈이 좋다. 싸락눈으로 변하여 마른 낙엽에 떨어지는 소리가 사각사각 나더니 그 마저도 금방 그쳤다. 소설 '소낙비'에서는 검은 구름이 몰려오는 날에 돈을 달라는 남편에 쫓겨 산으로 온 아내가  이 산을 헤매었다. 도라지나 더덕이라도 캐어 주막거리에서 보리쌀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김유정이 연애에 실패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겪은 일들은 하나하나 소설 소재가 되었다. 

 

낙엽 속에서 점심을 하고, 동백꽃길로 내려섰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은 생강나무 꽃을 이른다. 생강나무를 강원도에선 동백나무라 한다. 경기도 포천이나 경북 봉화 등 강원도에 가까운 지역 사람들도 생강나무 꽃을 동박꽃이라 한다니 말이 쓰인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 큰 박달나무가 있는 곳을 지나면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이다. 설해로 부러진 소나무들이 더러 있다. 큰 눈이 지나가면 소나무는 피해가 늘 많다. 마을 숲에는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가 떼로 다닌다. 나무에 달린 박주가리 마른 열매도 뱁새로 보일 정도였다.    

 

생강나무는 김유정기념관에 좀 많이 심었다고 할 정도로 많다. 소설 '동백꽃'에서 점순이가 수탉 싸움을 시키는 조형물이 있고, '봄봄'에서 봉필이 영감이 봉순이 키를 가리키며 '키가 자라야 성례를 시켜야지' 하는 조형물이 있다. 이야기가 있어 사람들에게 호기심이 생긴다. 김유정은 만 스물 아홉을 살고 생강나무 꽃이 피는 3월에 세상을 떠났다. 짧은 세월 소설로 남긴 이름이 실레마을에 남아 있다. 점순이, 덕돌이, 덕만이, 봉순이 등등. 우리는 그 이름이 남아 있는 음식점 한 곳으로 가서 김유정의 소설을 이야기 삼아  춘천의 명물로 뒤풀이를 하였다.  

 

 

※ 교통편 : (갈 때와 올 때) 경춘선 상봉역 - 김유정역 

 

 

 

올괴불나무

 

 

만무방길 송림

 

 

바닥을 회색빛으로 만든 말채나무 잎

 

 

흐린 날씨에 가린 금병산 정상

 

 

박달나무

 

 

동백꽃길 소나무숲

 

 

마을로 향하는 하산길

 

 

생강나무가 있는 하산길

 

 

새처럼 보이는 박주가리 열매 껍질

 

 

김유정기념관 / 소설 '동백꽃'에서 점순이가 수탉 싸움을 붙이는 장면

 

 

소설 동백꽃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