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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산 넘고 산/강원 충청 산

선자령 / 바람의 언덕이 있는 백두대간 고개

향곡[鄕谷] 2024. 8. 30. 11:06

 

선자령(仙子嶺. 1,157m)

바람의 언덕이 있는 백두대간 고개

 

강원도 평창 · 강릉

국사성황당 - 선자령(1157) - 전망대 - 대관령휴게소(832)

이동거리 9.9㎞. 이동시간 3:40. 휴식시간 0:07. 계 3:47 (2024.8.29. 비. 17.8~20℃)

 

 

 

 

열차를 타고 진부역에서 내렸다. 전국이 한달간 폭염이었고 그 더위가 막바지인데, 이곳은 서늘하고 비까지 내린다. 대관령면 낮 최고 기온이 20℃이니 갑자기 계절을 옮겨 놓은 것 같다. 고갯마루 대관령(大關嶺. 832m)은 비구름으로 뿌옇다. 영동(嶺東)과 영서(嶺西)도 이 고개를 기준으로 나누고, 관동(關東)이란 이름도 대관령 동쪽이란 말에서 붙은 이름이다.  바로 가는 대중교통편이 없어서 택시를 탔더니 국사당 마당까지 몰아서 갔다. 

 

비 그치기를 기다릴 수는 없고 산길로 들어섰다. 산길 입구는 싱아와 물봉선이 줄을 섰다. 잎마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물이 차 있는 산길이 더러 있고 두꺼비가 어슬렁 다닌다. 두꺼비가 나오면 장마가 오는 징조라는데, 먹이를 찾으러  나왔을 것이다. 산길에는 뚝갈과 진범과 마타리가 자주 보인다. 마타리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계절에 핀다. 어김없이 가을이 오는 것을 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람에 흔들려 곤드레로 부르는 고려엉겅퀴와 꼬리조팝나무는 빗방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릇에 따라 고이는 물의 양이 다르듯, 꽃도 크기에 따라 비를 감당하는 정도가 다르다.   

 

구름이 짙은 선자령에 올랐다. 머리 위에서 풍력발전기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는 들렸지만 짙은 구름에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선자령은 대관령이 생기기 전에 영동으로 넘던 고개였다. 계곡이 아름다워 전설에 선녀가 아들을 데리고 내려와서 목욕하고 갔던 곳이라 선자령이라 하였다. 지금은 들꽃과 눈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비를 피할 곳은 없다. 선녀처럼 아름다운 각시취도 비에 젖은 채 서 있다. 

 

비가 와서 하산은 같은 길로 내려왔다. 산 밖이 보이면 좋겠지만 안 보여도 좋은 것이 산이다. 세상에서 중요하고 좋은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 동행인이 애기앉은부채를 사진으로 담았다. 앉은부채 보다 작다고 붙인 이름이다. 친절한 식당에서 한참을 보내고, 다시 빗속으로 돌아왔다. 택시기사가 하는 말이 이곳은 1년의 반이 겨울이고, 겨울에 사람이 많아 겨울 장사가 더 낫단다. 여름 끄트머리에 와 보고 그 말에 수긍이 갔다. 사는 곳에 만족을 하면 그곳이 좋은 곳이다.

 

 

 

위쪽 길로 가서 아래쪽 길로 오면 좋다

 

 

국사성황당에서 오르는 길

 

 

싱아

 

 

풍선덩굴

 

 

 

 

두꺼비

 

 

줄기가 갈라져 자라는 나무

 

 

마타리가 피어 있는 산길

 

 

고려엉겅퀴

 

 

운무로 덮인 선자령길

 

 

바람이 강하여 줄기 한쪽면에 가지가 없이 자라는 나무들

 

 

백두대간 선자령 정상

 

 

각시취

 

 

나무 속에서 자라는 진범

 

 

동자꽃

 

 

애기앉은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