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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봉산 곰배령 1 / 여름꽃을 보러 가다

향곡[鄕谷] 2024. 7. 27. 10:07

점봉산 곰배령 1

여름꽃을 보러 가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주차장 - 강선리계곡 - 곰배령 - 쉼터 - 전망대 - 능선길 - 진동리 주차장

이동거리 10.8㎞. 이동시간 4:02. 휴식시간 0:41. 계 5:41 (2024.7.25. 흐림. 24~29℃)

 

 

 

 

중복(中伏)이다.  '犬'은 사람 곁에 있는 해이고, 人은 닮았다는 뜻이다. 즉 복(伏)은 해가 옆에 있는 것처럼 뜨거운 날이란 뜻이 된다. 올해는 말복이 입추 뒤에 있어 더위가 길 것으로 예상한다. 중복이 지나면 뻐꾸기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다. 하루 중에서도 가장 오래 우는 새소리가 없으니 금방 표시가 난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새끼를 맡기고 자신은 독이 있는 유충을 먹는다. 농약 살포로 먹잇감이 줄어들어 뻐꾸기도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뻐꾸기 울 때가 좋은 때이다. 

 

남쪽에서 점봉산으로 가는 백두대간 길은 단목령에서 오른다. 강선리계곡은 백두대간 길이 아니라서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존구역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점봉산은 흙산이라 산이 부드럽다. 덤봉산이 점봉산이 되었다는데, 덤은 둥글다는 뜻이다. 점봉산 정산은 바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산이 무던하다. 차에서 내리니 서늘하다. 복날에 이런 피서가 없다. 며칠 비가 온 뒤라 계곡에는 물이 많고 바람도 있어 산길 걷기가 좋다. 

 

강선리계곡을 따라 곰배령 가는 길은 완만하다. 초입에 다릅나무와 피나무 꽃이 지고 있다. 길에는 영아자, 노루오줌, 동자꽃, 물양지꽃, 꿩의다리, 큰개현삼, 두메고들빼기가 띄엄띄엄 나타나 발걸음을 붙잡는다. 산형과인 어수리, 구릿대, 궁궁이, 강활은 키가 높다. 물양지꽃과 두메고들빼기가 눈길을 끈다. 물양지꽃은 서식조건이 민감하여 청정한 지역에서만 살아 사람의 간섭이 있는 곳에서는 보기 어렵다는 풀이다. 꽃잎에 짙은 무늬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모양이다. 깊은 산에서만 자란다는 두메고들빼기는 잎자루가 줄기를 감고 있는 것은 고들빼기와 다름없는데 아랫 잎이 주걱처럼 생긴 것이 특이하다.

 

곰배령에 올랐다. 곰의 배처럼 생긴 곳이라 붙인 이름이라는데, 창조적인 작명이다. 곰배령 표석 위로 작은점봉산이 해발기준 130여 m 차이라 바로 눈앞이다. 동서가 터지고 남북으로 낮은 산이 막고 있다. 바람이 강하여 나무가 살기 어려운 지형을 꽃이 차지하고 있다. 여름인데도 천상화원 답다. 좁쌀풀 꽃이 곰배령 초입을 환하게 한다. 동자꽃, 참취, 둥근이질풀, 곰취, 솔나물, 개시호, 마타리, 꼬리풀이 저마다 꽃을 피우고 있다. 중간에는 키가 큰 어수리와 지리강활이 자리를 지킨다. 수리취, 요강나물은 이미 꽃이 진 뒤다. 남쪽 높은 곳에는 꽃개회나무, 야광나무, 가래나무가 비켜서서 초록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가래나무가 있는 쉼터에서 능선길로 하산하였다. 1.5㎞ 정도 완만하게 올랐다가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길이다. 오름 끄트머리 전망대에서 설악산 대청봉을 볼 수 있었다. 이곳 산길에는 동자꽃, 말나리, 두메고들빼기가 조금 있고, 박쥐나물과 단풍취가 간혹 있다. 능선길은 주목, 피나무, 철쭉이 자라는 작은 군락이 있고 참나무류가 대부분이다. 하산길은 짧은 나무계단이 있는 경사가  있지만 어렵지는 않다. 계곡길이 난도가 하(下)라면 능선길은 중(中)에 미치지는 못한다. 오르는 길과 내려서는 길이 다르고, 식물 분포가 다르다. 주변에 모든 식물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치료제가 되고 때로는 에너지가 되고 감정의 통로가 되고 변화를 준다. 꽃잎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오늘 하루도 숲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길을 걸었다.

 

※ 주 : 곰배령 탐방로는 산림청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다

 

 

 

강선리계곡길

 

 

꿩의다리와 단풍취

 

 

물양지꽃

 

 

두메고들빼기

 

 

좁쌀풀 너머 곰배령과 작은점봉산

 

 

곰배령과 지리강활

 

 

꼬리풀

 

 

참취(국화과) 꽃

 

 

영아자, 동자꽃, 둥근이질풀

 

 

곰취. 둥근이질풀

 

 

철쭉 사이에 말나리

 

 

꽃개회나무 열매

 

 

주목이 있는 하산길

 

 

전망대에서 보는 설악산

 

 

그령이 우거진 숲길

 

 

피나무

 

 

강선리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