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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나무와 참죽나무 / 쓸모 없는 것과 좋은 것을 비유할 때 쓴 나무

향곡[鄕谷] 2022. 2. 13. 21:07

 

가죽나무와 참죽나무

쓸모없는 것과 좋은 것을 비유할 때 쓴 나무 

 

 

 

스님들이 나물로 해서 먹는 참죽나무가 있고, 참죽나무와 달리 먹을 수 없다 하여 '가짜중나무(假僧木)'란 뜻인 가죽나무가 있다. 가죽나무는 잎 아래쪽 톱니 부근에 사마귀처럼 생긴 샘이 있는데 그곳에서 약한 역한 냄새가 난다. 사마귀가 있고 없고는 가죽나무과 참죽나무를 구별하는 차이점이다. 가죽나무가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잎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가죽나무는 참죽나무처럼 잎을 사람에게 베풀어 줄 생각이 없다. 가죽나무는 참죽나무처럼 맛있지 않아서 가죽나무라 하였다는 얘기도 있다. 남부지방에서는 참죽나무를 가죽나무라 부르고, 진짜 가죽나무는 개가죽나무라 한다.

 

가죽나무는 산춘(山椿)이라 불렀다. 산에서 나는 참죽나무란 뜻이다. 가죽나무는 겨울에 잎이 떨어지면 하트 모양 잎 자국에 반구형의 겨울눈이 달린다. 그 모습이 호랑이 눈(虎眼) 같다고 호목수(虎目樹) 또는 호안수(虎眼樹)라 부른다. 가죽나무는 독일에서는 천국나무, 영국에서는 하늘나무라 부른다. 하늘 높이 자라는 나무이기에 그렇게 부른다. 이런 나무 이름 속에서 나무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 과거에 급제하거나 임금의 은혜에 입은 선비들이 한다는 얘기로 '가죽나무 같이 쓸모없는 재목이 큰 은총을 입었다'는 표현을 썼다. 재주도 없고 쓸모도 없는 인재라고 자기를 낮추어 그렇게 불렀다. 그렇게 천대를 받으니 가죽나무는 이곳저곳 아무렇게나 자랐다.

 

암수 딴 그루인 가죽나무는 꽃냄새가 좋지 않고 꽃가루를 마시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가죽나무 암나무는 프로펠러 날개처럼 생긴 열매가 푸른색이었다가 익으면 밤색으로 변하는데, 날개 한가운데 씨앗이 박혀 있고 봄까지 가지에 매달려 있다. 날개가 품에서 벗어나면 바람을 타고 퍼진다. 가죽나무는 가로수로 좋다. 오염된 공기에 강하고 병충해에 강하며 잘 큰다.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서도 잘 자라서 환경오염을 나타내는 지표식물로 연구한다. 잎과 뿌리를 삶은 물은 옴과 피부병에 좋고, 뿌리껍질은 이질과 여자들의 하혈에 쓴다. 목재는 연하여 작은 가구나 합판 재료로 썼다.

 

참죽나무는 아름이 넘게 자라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올라가며 자라서 보기가 시원하다. 그래서 참죽나무를 보고 하늘을 모르는 나무라 하였다. 대개 줄기 끝에 가지가 나며 잎이 달릴 뿐 줄기 중간이나 아랫부분에는 가지가 적고 밋밋하다. 옛날 시골에 다니다 보면 집집마다 울타리 옆에 참죽나무를 심었다. 참죽나무는 가죽나무와 많이 닮았다. 잎 아랫부분에 발달한 톱니가 없고 사마귀가 없어 가죽나무와 구별한다. 잎에 사마귀 같은 것이 달려 있고 나무껍질이 갈라지지 않으면 가죽나무이고,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일정한 간격으로 얕게 나 있으며 갑옷 같은 껍질이면 참죽나무이다. 참죽나무는 어린잎은 먹을 수 있어 봄향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향춘(香椿)이라 불렀다. 봄에 새싹은 나물로 무쳐 먹거나 고추장에 넣어 참죽 장아찌도 만들었다. 그러니 참죽나무는 가지를 제대로 뻗으려 하지 않는다.

 

참죽나무는 햇빛을 좋아해서 양지쪽에 심어 가꾸었다. 참죽나무 껍질은 세로로 비늘처럼 길게 일어나 흑갈색 갑옷을 입은 모습으로 우뚝하다. 잎은 겹잎이고 긴 타원형의 작은 잎이 주르륵 붙어 있다. 원뿔 모양 꽃차례에 종모양 하얀 꽃이 밑으로 처지면서 달리는데 향기가 난다. 계란 모양의 작고 마른 열매가 열리고 익으면 윗부분이 다섯 갈래로 갈라진다. 씨는 양쪽에 날개가 있다. 참죽나무 목재는 붉은 빛깔에 광택이 있고 뒤틀리지 않아 기품 있는 고급가구를 만드는데 쓴다. 다른 사람의 아버지를 높이 부르는 춘부장(春府丈)의 춘(椿)은 참죽나무인데, 오래 사는 대표적인 나무라 그렇게 불렀다고 하나 사실 참죽나무보다 더 오래 사는 나무가 많다.  

 

예로부터 가죽나무와 참죽나무는 이름도 닮았고, 생김새도 닮아 비교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참죽나무는 멀구슬나무과이고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로 과도 다르고 촌수도 다른 먼 나무이다. 서로 비슷한데 촌수가 먼 이유는 종을 나누는 기준이 꽃이기 때문이다. 두 나무는 쓸모없는 것과 좋은 것을 비유할 때 쓴 나무였다. 가죽나무를 쓸모없는 나무라는 뜻인 저목(樗木)이라 하였는데, 사전을 찾아보면 저목은 그저 가죽나무로 나온다. 가죽나무는 잎이 가늘어 그늘이 좋지 못하고 잎은 쓴맛이 나고, 재목도 좋지 못하다고 그렇게 말했다. 나쁜 나무는 상처를 받지 않고 오래 살 수 있으니 그것이 복이라고 위안을 삼아야겠다. 요즈음은 가죽나무를 가로수로도 심고, 약재로도 쓴다. 목재 기술이 발달되어 가죽나무도 없어서 못 쓴다고 한다. 나무도 시대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 자신의 재주는 모르고 괜히 나무 탓만 하였던 것이다.

 

 

 

나무 이름 가죽나무 참죽나무
다른이름 가중나무, 개가죽나무 참중나무,쭉나무
과목 소태나무과 멀구슬나무과
초록빛이 도는 흰색꽃 종모양의 흰색꽃
홀수깃꼴겹잎. 아래쪽 톱니끝에 2~4개의
샘이 있고, 누린내가 나서 먹지 못함 
짝수깃꼴겹잎. 앞면은 녹색, 뒷면은
옅은 녹색. 가장자리 전체에 잔 톱니. 식용
열매 시과. 타원형
씨앗은 날개 가운데 한개씩
삭과. 달걀꼴로 5개로 갈라진다
씨앗은 양쪽 날개가 있다
나무껍질 회갈색. 오랫동안 갈라지지 않는다
작은 가지는 황갈색이나 적갈색
붉은색. 얇게 갈라진다
가지는 굵고 짙은 갈색
쓰임새 목재가 연하여 작은가구나 합판 재료 속이 단단하여 고급가구 목재

 

 

 

 

▼ 가죽나무(소태나무과)

 

 

가죽나무 / 양평물소리길 (경기도 양평. 2019.6.4)

 

 

가죽나무 / 북한산둘레길 (우이동-도봉산역). 2021.6.9

 

 

가죽나무 / 서울숲 (서울 성동구. 2019.6.13)

 

 

가죽나무 열매 / 퇴촌습지 (경기도 광주. 2010.7.24)

 

 

가죽나무 열매 / 북한산 (2019.8.18)

 

 

가죽나무 껍질 / 서울대식물원 (2019.10.21)

 

 

가죽나무 겨울눈

 

 

 

 

▼ 참죽나무 (멀구슬나무과)

 

 

참죽나무 / 경북 안동 가일마을 (2009.6.13)

 

 

참죽나무 / 경북 안동 가일마을 (2009.6.13)

 

 

참죽나무 새순

 

 

장날에 산 참죽나무 순 (2022.7.2)

 

 

참죽나무 / 가거도 (전남 신안. 2020.7.15)

 

 

참죽나무 열매

 

 

 

참죽나무 껍질 / 경북 안동 가일마을 (2010.6.13)

 

 

참죽나무 겨울눈